본인이 믿는 게 다가 아니야
과연 좋은 치료사는 뭘까 라는 고민은 내가 물리치료사를 관두기 전까지 계속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한다. 단순하게 치료사니까 환자를 낫게 하면 되는 거 아냐? 싶겠지만 12년 차가 넘어가니까 그게 다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내가 알고 있는 치료 방식이 최고라는 걸 내려두는 것. 즉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보면 본인의 치료가 완벽하다 홍보하며 다른 사람의 적업을 까내리는 치료사가 있어 한 마디 적어본다.
최근 눈살을 찌푸리는 광고가 너무 많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보면 본인의 치료가 완벽하다는 둥, 이미 있는 이론을 본인이 만든 것처럼 과장되게 표현하는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본인이 맞다며 상대 직업을 까내리는 치료사도 있더라.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본인이 안다면 얼마나 안다고 저럴까 싶기도 하고, 저런 분위기에 휩쓸려 저연차 선생님들이 같은 길을 걷게 될까 봐 걱정도 됐다.
너무 한 가지 포인트에 얽매여서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환자분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문제 즉 신체를 볼 때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봐야 하는데, 본인이 아는 한 가지에만 몰두하여 나머지를 몽땅 무시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잘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테크닉이 최고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차가 쌓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모두가 같지 않구나를 깨닫고 이제 다시 배우고 조합하는 과정에 있다.
특히 어쭙잖게 알고 있으면서 내가 너무 나댔구나 싶기도 해서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덕분에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요즘은 다시 해부학과 동양 의학 책을 꺼내 공부를 하고 있다.
내원하는 환자를 볼 때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신체적인 원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인지. 물론 두 가지 모두인 경우가 많지만 퍼센티지로 볼 때 마음의 원인이 더 큰 분이라면 치료사의 세심한 관리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다만 너무 개입하거나, 무작정 동조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차라리 어쭙잖게 조언할 거면 하지 않는 게 낫다. 하지만 저연차 선생님을 보면 거절을 하지 못해 휘둘려서 본인이 다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럼 서로에게 독이 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비유를 하자면 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내가 헤엄도 잘 못 치면서 구하겠다고 들어가는 꼴이다. 이럴 때는 튜브를 던져주거나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게 어렵다면 치료라도 성심성의껏 해주시면 되겠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만족하는 순간 성장은 끝난다고 본다. '내가 이 이상 뭘 하겠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점점 빼앗긴다고 보시면 되겠다.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본다. 특히 치료하면서 깨닫는 부분도 분명 있을 텐데, 자만심이 있다면 그 포인트를 대부분 놓치고 만다.
나는 이걸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늦었다면 늦은 시간이지만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요즘은 치료하면서 '왜?'라는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지 분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당장에 바꾸라는 건 아니다. 분명 쉽지 않은 포인트이기 때문에, 치료에 돌입하게 되면 한 번씩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바뀌는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더 나은 치료사가 한 명 더 탄생하는 순간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