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흐르던 아침

by 신은정


어제 밤 남한산성을 보고 잠들었다.

병자호란, 인조, 그 치욕과 선택의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40분.

딸아이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서현역에서 언니를 9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출근길에 따라나서려고 했는데.

전화를 하니 깜빡했다며 돌아온단다.

멀리 가지는 못했다고.

서둘러 옷을 입고 내려가니

차가 들어온다.

어제 저녁에 봤는데도,

아침에 봐도 반갑다.

딸아이 차에 올라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PT가 없는 날인가 보네, 했더니

응 — 있었으면 못 돌아왔징, 하며 웃는다.

육교 앞에 세워주라고 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걸어가보고 싶었다.

한 번 말해서는 안 되고

두 번 말하고서야 육교 앞에서 내려준다.

걷는 동안

정경화의 바이올린을 틀었다.

샤콘느.

바흐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가족이 모두 세상을 떠나 있었다는,

그 상실을 악보에 적어 내려갔다는 곡.

언제 들어도 슬픔이 올라온다.

바흐의 슬픔인지,

정경화의 활시위인지 —

아니, 내 슬픔이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감정이

음악을 따라

조용히 떠오른다.

신기하다, 늘.

음악은 끝났지만

그 슬픔은

아직 내 안에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가족을 챙길수 있는 이 아침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