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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날의 기록

by Goemgoem

요즘 나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그냥 하루가 오고, 또 지나간다.


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들이 울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무런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 안의 바다는 잠잠하지 않고,

그저 멈춰 있는 듯하다.


한 때는 사소한 것에도 쉽게 웃던 내가

지금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커피 향이 좋아서 하루가 시작되던 시절도 있었고,

햇살이 예뻐서 아무 이유 없이 설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럼 감정들이 멀리서 느껴지기만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버티는 게 어디냐고"

그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버티는 것보차 지쳐버린 나를 보면

도대체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싶다.


가끔은 내가 투명한 벽 안에 갇힌 기분이 든다.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및이 들어오는데,

나는 그 안에서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이게 아픈 건지, 편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마음 한편에

조용히 살아있는 무언가가 있다.

다시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

그게 희망일 수도, 단순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미약한 감정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감정이 잠들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있다.

그 사실 하나로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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