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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의 밤, 너그럽지 못한 나

by Goemgoem

입원실의 밤은 유난히 길다.

2인실 불빛은 꺼졌고, 커튼은 닫혔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옆 침대에서 들어오는 코골이 소리가 내 귓가에 내려 앉는다.

작지 않은 소리는 내 신경을 긁는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피곤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아프니까 병원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해하려 노력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점점 꼬리를 물었다.


왜 하필 오늘인가. 왜 내 옆자리인가.

왜 나는 이런 사소한 소리에도 예민해지는가.

사람은 아플수록 너그러워진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더욱 예민해졌다.


작은 불빛에도 소리에도 숨결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이건 타인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불편함이라는 것을.


나는 내 안의 여유를 잃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내 불편함이 먼저 떠오른다.

그 순간마다, 마음 한편이 쿡쿡 찔린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용납하지 못하는 나를 원망한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

지친 나의 마음은 여유를 품을 공간이 없고,

불편한 몸은 작은 소음조차 견디기 어렵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미안하다.

나 자신에게도 옆자리 누군가에게도.


오늘 밤도 잠은 쉽게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정리해본다.

나는 지금, 너그러워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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