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도시 로테르담)
오래된 벗의 공통점은 마음에 독이 없다는 것이다. 상자를 곯게 만드는 썩은 사과 같은 존재들 말이다.
옆 도시 로테르담에도 독 없는 지인 몇이 살아간다. 그네들 중 하나를 만나러 몇 해 만에 홀로 기차를 탔다. 20여 분이면 가닿을 곳을 혼자서 마음을 낸다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40-50분의 지하철도 간단했던 서울살이와 7시간의 TGV도 서슴없던 프랑스를 떠올리면 놀라운 미적지근이다. 인간은 진화하는가 퇴화하는가.
이곳저곳의 구경과 전시를 담으려 한 시간가량을 이르게 도착한 로테르담은 기분 좋은 환기가 가득했다. 몇 달 만에 만난 지기 역시 여전히 반가웠다. 괜스레 자신을 부풀리거나 그렇다고 함부로 상대에게 무례해지지도 않는 다정한 사람. 구질한 비교 없이 항상 다부지게 살아가는 친구라 내 마음 안쪽도 함께 단단해지는 것만 같다. 나의 벗은 자기를 꼭 닮은 크림블 케이크를 구워다 내밀었다. 장식 없이 포슬하고 녹진하며 따뜻하다. 함께 하는 쌀국수에는 부들거려서 좋아하는 사태가 가득했고 2차로 간 빙수와 소란스러운 가게는 한층 더 신이 났다. 8월의 모서리가 반짝거린다.
고다르가 죽었다)
9월. 무신경히 사는 사이 고다르가 죽고 가을이 왔다. 장 뤽 고다르도 죽는구나 싶어 생경하다. 마음 한끝이 뒤숭숭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공기들도 그렇게 각자의 때가 되면 다른 지평으로 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건강히 살아내는 것은 무엇이고 또 담대히 지켜내는 삶은 어떤 것일까. 얕고 촌스러운 마음을 경시하는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도처에 널린 그럴싸함과 의미 없음에 지긋지긋함이 넘실대다가도 간단할 듯 간단치 않은 멕시칸 한 끼에 온 정성을 쏟다 보면 금세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 가져진다. 울렁대는 가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