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콩)
생선과 콩을 자주 먹던 시기가 있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붉은 고기를 일 년 넘게 먹지 않던 바로 그때이다. 얼마 전에 사다 둔 대구살이 문득 그 무렵의 레시피를 생각게 했다.
쫄깃한 꾀꼬리버섯과 마늘허브오일로 튀긴 샬롯, 보드랍게 삶은 병아리콩과 퀴노아, 상큼하고 고소한 펜넬레몬크림소스까지.
꽃춤을 추는 듯한 지롤버섯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기쁘다. 조리를 끝내고 나니 조금씩 재료들이 남아버렸다. 남겨진 것들에 어떤 다음이 있으면 좋을까를 고민한다. 번뜻 잊히고 잊힌 냉동실 펜넬 레몬 라비올리가 떠올랐다. 괜한 안도감이 든다. 괜히 다행이다. 가을로 가자.
엄마와 아빠는, 아빠와 엄마는)
냉동실 한 켠에 5월의 마음이 남아있다. 봄을 다녀간 엄마와 아빠는 내게 쑥떡과 묵은지를 남겨두고 갔다. 직접 캐어 방앗간에서 지은 거라며 보약이라고 하였다. 시골에서 보내주어 특별히 더 삼삼하고 맛있다는 한통 가득의 묵은지는 이제 바닥을 향하여 간다. 다부진 마무리를 위하여 어떻게를 고민해 본다.
깨끗이 씻는다. 보드라이 삶는다. 조물조물 무쳐낸다. 투박한 군내와 고소함이 마음의 바닥에도 기운을 내어준다. 오고 가는 계절의 시작이 둔탁하고도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