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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Mar 26. 2021

첫 브런치 북을 엮어보며

브런치플랫폼을최대로 이용하기로 마음먹다.

틈틈이 쓴다. 시간 나는 대로 쓴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란에 제출했던 약속대로 호치민 마담 생활, 주부생활에 포커스를 맞추어 쓴다. 쓰다 묵직한 감정이 밀려오면 브런치에 감정을 쏟아 내기도 한다. 자필로 적는 일기장엔 구체적으로 욕도 적고 디테일한 상황과 울분에 찬 판타지를 적지만, 브런치에는 점~잔 한 척 하며, 뒤로 둘러 뭉퉁거린 내용을 올린다. 징징 거리는 감정 묘사만 올린다. 구독자와 작가님들이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 주신다. 신기하게 그분들 댓글을 읽고 있으면 미안하다. 질퍽 거린 감정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어두운 느낌이 그분들께 전이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굴뚝같은 마음도 있다. 그것까지 내 맘 되로 되지 않으니 그 부분은 패스. 아직까지 내 글이 읽히고 있다는 것이 거저 신기할 뿐이다.


그래서 계속 쓴다. 호치민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나의 일상을 쓰기도 한다. 그냥 닥치는 대로 글쓰기 연습할 겸 마구 적는다. 지금도 사실 그러고 있다. 목욕탕에서 또는 샤워하다 글감이 잘 떠오르는 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격한 줌바 운동과 요가 숨쉬기 수업을 2시간 달아서 하고 왔다. 아이는 그 사이 최근 새로 사준 농구화 신발 박스로 무언가를 초집중해서 만들고 있었다. 샤워도중 브런치 북 만드는 과정을 나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브러치 북을 어찌나 끙끙 앓으며 엮었는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곳에 메모를 한다.


우선 마구 쓴 글 퇴고를 시작했다. 주제를 정한 다음 방향에 맞게 그동안 썼던 글을 수십 번 읽고 수정한다. 퇴고란 게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된다. 머리털을 쥐어 뽑았다. 아침에 입은 헐렁한 티를 저녁까지 입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 때문에 눈이 건조해진다. 다시 안경을 쓴다. 머리감기 싫어 하고 밖을 나가기 싫어 한다지만, 이 모습은 너무했다. 식탁과 주방은 더러웠다. 남편과 아이를 굶길뻔했다. 브런치북 두번째 만들다간 온 집식구가 굶어 죽을기세다.


브런치에 발행한 한편 한편 글들이 너무 길어서 퇴고를 한다. 발행 취소를 누르고 한편 글을 3편으로 나눈 글도 있다. 도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그리 긴 글을 적었을까. 마치 브런치 한 페이지 안에 나의 모든 생각과 정보 그리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꾸역꾸역 돼지처럼 수셔넣은 글 모양새다. 그 글을 읽고 응원해주신 분께 너무 미안했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마담 백서'책을 편집하고 퇴고하는 내내 그분들께 고마움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그분들 꿈에라도 나타나 전하고 싶을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줌마 의리!!


우리 남편에겐 일도 고맙지 않다. 그가 항상 했던 말이 있다.

" 난 회사에서 보고서 쓰잖아. 긴 글 딱 질색이야."

" 니 글은 너~무 길어."

" 너무 길어서 읽다가 지쳐. 그래서 요지가 뭐야? 요지가?."


꾸준한 남편의 피드백이다. 나. 뿐. X


그런데... 남편 말이 옳았다.


좌절.

대충 목차 아웃라인을 정한 뒤 글을 한 꼭지에 옮겨 본다. 한 글당 9분이 되는 글을 10개만 올려도 90분이 넘었고 브런치 북에서 '완독 하기에 긴 시간'이라는 알림이 뜬다. 저 메시지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째려보다 결국 다시 퇴고를 한다. 다시 수정한다. 많은 내용을 한 번에 꾸역꾸역 집어넣으려 했던 내용과 글들이 중구난방이다.


깨닫는다. 먼저 주제를 정하고 가볍게 적기로 한다. 한편당 길지 않게. 한 글당 한 가지 주제만 혹은 이야기하고픈 내용을 전달한다. 요지를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적는다. 욕심내서 이내용 저 내용 다 한 곳에 때려 넣지 않는다.


두 번째 작가의 서랍을 메모장처럼 이용한다. 워드 파일에 저장하고 사용할 수도 있으나 최대한 브러치를 이용한다. 만약 브런치에 글을 계속 쓸 거라면 말이다. 가볍게 적고 가볍게 발행한다. 힘을 뺀다.


세 번째 발행하기 전 글과 어울리는 그림 사진을 정성껏 고른다. 그림만 찾아서 다시 수정하는 시간을 따로 투자해야 했다. 눈알 빠지는 줄 알았다. 그림 출처와 사진 출처 등 글 한편 발행할 때 글과 어울리는 그림, 사진을 정확히 매치한다. 두 번 일을 하지 않도록,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네 번째 목차는 글을 다 쓰고 난 뒤 전체 흐름을 보고 다시 정한다. 대충 먼저 정한 목차는 쓰다 보면 계속 수정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방향에 맞게 수정한다. 또 쓰다 보면 주제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다섯 번째 , 여름, 가을, 겨울처럼 서론, 본론, 결론의 흐름을 지켜야 한다. 목차 흐름도 이렇게 맞추면   짜임새가 있다. 제목도 계속 수정한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내용흐름에 맞는 제목을 계속 생각한다.


중간중간 글 쓰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책도 읽어야 한다. 퇴고 과정 중 자신 본인 글을 계속 읽게 되므로 퇴고를 하는 중인지 내가 내 글에 말려 들어 더 이상 뭐를 고쳐야 하는지 앞이 캄캄하니 보이지가 않는다. 순간 놀랬다. 글을 더 이상 수정할 수도 쓸 수도 없었다. 다시 책을 펴고 하루는 날 잡고 책을 읽었다.


이틀 동안 모든 작업을 멈추고 3일째 되는 날 처음부터 다시 퇴고를 했다. 퇴고를 하다 지치고 지쳐 그냥 발행 버튼을 눌렀다.


브런치 북을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호기심으로 막무가내 함부로 도전할게 아니었다.

하고 나니 잘하길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게 브런치 북이구나..

를 알게 된다.


항상 맨땅에 헤딩을 해봐야 몸소 깨닫는 스타일이라

결국 해보았는데

기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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