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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17. 2020

미안. 너의 인생에 참견해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항상 알고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오고, 무언가를 알 듯하지만 기존에 내가 알던 것이 아님을 느끼는 요즘. 

머리로는 이해를 했고, 이치를 알 것 같아 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을 실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우왕 좌왕 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순간 지나간 찰나들이 흑백 종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내린 결정과 그때 그 공기 속 함께 공존했던 나의 느낌이 마치 살아 있는 세포가 공중에 떠다니며 움직이듯 다시 나에게로 전해진다. 


‘나의 실수’ 인가라는 생각이 들다 가도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이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여 늦지는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다 가도 오히려 늦어 실수를 범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이것 또한 소멸함을 알기에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 무게가 내려놓아진다. 


또 더 나아가 그 소멸로 인해 다시 또 다른 인연이 찾아올 것임을 알기에 스스로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그 책임 또한 내가 짊어 지기에 스스로를 다지고 다진다. 




0.01 초의 다툼! 

국제학교 수영대회가 이벤트 형식으로 하나둘씩 개최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크게 진행하기 어려운 듯하다. 치열하고, 그 속의 열기는 철을 달구는 용광로 보다도 더욱 뜨겁다.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과 0.01초로 아이들의 메달과 트로피가 결정이 된다.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서 내려놓아 버렸다.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아이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싶지만 개인 레슨  없이 학교 선수반 훈련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이도 대회를 준비할 때마다 버텨야 하는 고강도 훈련을 힘들어했다. 말없이 엄마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고 그렇게 나는 놓아 버렸다. 




오늘 학교에서 작은 규모로 대회가 다시 열린다. 1주 전부터 아이는 불안해하고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마음이 힘든 것이다. 자기보다 느렸던 친구들이 훨씬 빨라지고 대회 때 배정받는 수영 레인이 더 이상 3번과 4번이 아닌 5번 6번 혹은 1번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릴레이 팀도 더 이상 A팀이 아니라 B팀으로 배정받았다. 


아침에 아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먹먹했다. 부모라면 알 것이다. 그 심정을. 나 또한 수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러고 앉아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있다. 

 

아이는 혼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더니 점심메뉴를 물었다. 


“ 계란말이 하고 비엔나소시지 7개만 넣었어. 김하고 김치.” 

웃으며 체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했다. 


“ 가볍게 먹어야 해. 몸이 무거우면 안 돼.” 

라고 아이는 한마디만 툭 던졌다. 


방에서 모자를 한참 고르더니 블랙 팬텀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에 몇 시에 올 건지 물어보고는 가버렸다. 




어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전부를 걸어 본 경험. 이것이 아니다 라는 판단이 섰을 땐 과감히 물러 나는 경험을 아이를 통해 난 하고 있다. 아이는 의도치 않게 엄마의 결정하에 어쩔 수 없이 경험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성인 만 20세 이전까지 난 아이의 인생에 조금씩 참견을 할 계획이다. 


운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존경심도 생겨났고 운동선수들이 거저 운동하나 만 잘한다고 해서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몸소 경험해 보았다.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지만, 곧 괜찮아 질거라 믿는다. 

만약 괜찮아지지 않는 다면 다시 수영 코치에게 연락을 하면 되겠지.




이렇게 너도 나도 오늘 이만큼 자랐겠구나.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고 

엄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응원하러 가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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