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사항을 깨기로 했다.
갑자기 고양이가 좋다. 눈이 뒤집힐 만큼 이뻐 보인다. 분명 아이가 원해 분양받기로 결심했지만, 유튜브와 각종 사진을 보면서 진정 반해버린 사람은 나였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줄 착각하고 40여 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살았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있었다. 2주 키우다 결국 분양받은 분에게 도로 돌려주었다. 어린 강아지를 종일 혼자 두는 것 또한 못할 짓이었고, 방 한 칸에 조그만 부엌 달린 자취방에서 무리였다. 하루는 퇴근을 하고 어두운 방 불을 켜는 순간 기절할 만한 사건도 있었다. 어린 강아지가 똥오줌을 온 집안에 묻혀 놓았다. 그런데 투명한 실 같은 뭔가가 집안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아지 회충이 똥으로 나와 방 밖에 여러 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뒤로 강아지는 키울 수가 없었다. 그냥 남의 강아지만 이뻐했다.
베트남에서는 개를 더욱 무서워하게 되었다. 베트남 똥개는 진정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걷는 보도에 개똥이 난무한다. 골목에 목줄 없이 배회하는 개떼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본다. 최근에는 개가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머리를 입에 물고 질근질근 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먹만 한 몸뚱이가 축 처진채로 개 입 밖으로 나와 있었다. 흰색에 검정 점박이 몸통이었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 베트남개를 보는 순간 들이마셨던 숨이 나오지 못할 만큼 난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개는 나를 보고 고양이를 입에 문채 어르렁 거렸다.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채소가게 아저씨가 개를 불렀다. 금세 개는 아저씨 옆으로 가버렸다. 4월의 잔인한 무더위 때문인지, 놀란 가슴에 몸이 땀범벅되었다.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했다. 고양이는 함부로 키우면 안 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말이다. 난 그 금기 사항을 깨기로 했다. 세뇌라는 게 참으로 무섭구나 라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간다. (요즘 자꾸 이런 반항심이 올라 온다. 마음이 다시 고장났나 보다. 에휴.) 우선 고양이를 분양받기 위해 다시 맨땅에 헤딩을 시작해야 했다. 한국인 교민 네이버 카페를 기웃거렸다. 분양가는 어마어마했다. 줌바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놀라웠다. Florance, Jill, Susan, Maya, Chi. Dagmar. Gabi. 그들 모두가 집사였다. 하지만 본국에서 데려온 고양이었다. Jill은 고양이가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호치민에서 4개월 만에 구조 고양이를 입양했다. 그녀들이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었다. 구조된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선 메모를 했고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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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국 우리 가족은 브리더한테 돈을 주고 고양이를 분양받았다.
처음 키우는 고양이라 구조 고양이한테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브리더 고양이가 너무 이뻤다.
이기심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나와 생을 함께 할 나의 동무였기에 신중해야 했다.
그 아이 이름은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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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 고양이 분양 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 보다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