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Jun 08. 2021

베트남 브리더 한테 고양이 분양받기.

혈통서 있는 고양이 분양 받다.

나지막한 캣타워, 화장실, 장난감, 스크레처가 방 한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마치 원래 항상 있었던 것처럼. 주인없는 고양이 방이다.


저녁 식사 시간 남편과 대화.


'로컬 일은 로컬주민이 해결하는 게 제일 정확해. 특히 베트남은 더욱 그래.'

'회사 업무도 그래서 항상 로컬 베트남 현지인이 꼭 필요하거든. 아직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무리야.'

'그래?'

'그럼 Trang Do(짱 도, 호치민 타파웨어 CEO)한테 도움을 청해 볼까?'

'Trang(짱)이 많이 바빠서... 어쩌면 아는 사람이 많으니 도와줄 수도 있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엄마, 엄마, 응? Please~~~'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 잘 묻지도 않는다. 없으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어느 날부턴가 그렇게 살 게 되었다. 원하는 무언가를 가졌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었고,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나의 삶은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사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도움을 청하지도, 묻지도 않고 혼자서 이리저리 알아보다 안되면 그냥 그게 하늘의 뜻인가 보라고 생각하고 휙 넘겨 버리는 초긍정 마인드. 하지만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한다면 뒤처리와 책임은 나의 몫이라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을 한다. 나쁘지 않았고 나와 잘 맞았다. 한데 이번 고양이 건은 달랐다. 한번 집에 다녀간 아이, 자꾸만 눈앞에 밟히는 그 아이가 그리웠다. 또 반려묘가 궁금했다. 아파트 환경 때문인지 대부분 이웃이 반려묘와 반려견이 함께 생활한다. 헤어질 때 아찔함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고! 해보기로 했다.


저녁상을 치우고 한참을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생각해보니 짱을 도와준 기억이 참 많다. 짱이 바쁘다 보니 생일파티나, 식사 초대 후 짱의 아이와 우리 아이를 함께 픽업을 자주 했고, 짱은 스스럼없이 나에게 도움을 많이 청했다. 그러니, 부담스럽지 않게 조심스럽게 한번 물어봐도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용기를 주었다. 핑계든, 합리화든, 뭐가 됐던, 우선은 짱에게 나의 이익만을 위해 뻔뻔하게 필요할 때만 연락을 취하는 파렴치한 아줌마는 최소한 아니었다.


그깟 '고양이 분양을 받고 싶다'는 부탁 메시지 하나 보내는데 이런저런 별의별 기억까지 헤집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꾸역꾸역 옛 기억을 끄집어 내는 나를 보니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란 사람 어쩌다 이 지경 까지 되었나 싶기도 하고 또 사는 데 별 불편함은 없지만 한 번씩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때면 꼭 이렇게 마음 앓이를 한다.


WhatsApp로 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초 만에 짱에게서 답장이 왔다.

'짱~ 요즘 많이 바빠? 나 뭐 하나 물어 볼 거 있는데, 혹시 건강한 고양이 베트남에서 어떻게 분양 받을 수 있어?'

'고양이 키우게?'

'기다려, 바로 알아볼께.'

'내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 있어'

'어떤 고양이 원해? 원하는 고양이 종류 있어?'

'아. 응. 타비. 줄무늬 타비.'


5분 만에 고양이 브리더 연락처와 페이스북 주소를 보내왔다. 혈통서까지 발급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다른 사람들도 수소문해서 알아보는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마치 회사일 업무를 처리 하듯 신속하고 빨랐다.


https://www.facebook.com/linh.levan2510


늦은 저녁 마음이 떨렸다. 짱이 건네준 브리더 페이스북을 사립 탐정처럼 뒤져 보았다. 다음날 연락을 취했고 고양이를 보러 갔다. 사실 사진으로는 소개받은 아이는 브리티시 숏헤어의 스텐다드 모양, 즉 이쁜 고양이었다. 얼굴 골격이 둥글둥글하면서 넓고 통통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보리가 우리 앞에 벌러덩 눕는 바람에 '보리'로 결정을 했다. 타비 (줄무니 고양이는 없었다. 실버 색도 없었다. 오롯이 생각지도 못한 누렁이 색을 가진 브숏만 있었다.) 혈통서는 구경만 했다. 브리더가 될 것도 아니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란 생각도 들었다. 또 혈통서를 발급하려면 추가 170만동 (10만원)정도 비용이 발생했다. 나에겐 아무 의미 없는 혈통서는 건너 뛰기로 결정.


보리 엄마 아빠 혈통서. 어떻게 보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의 이름음 Le Van Linh이었다. 이전 AIH병원 physiotherapist(물리치료사)였다. 덕분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다행이었다. 그의 집인지, 고양이 분양을 위해 따로 세를 받은 집인지 고양이들만 있었다. 브리티시 숏헤어와 브리티시 스콧, 브리티시  치킨 세종류가 있었고 베트남 고양이  마리도 철장 안에 있었다. 화장실과 물먹는 곳은 Petkit  제품으로  자동 시스템이었다. 브리티시 블랙 골드와 브리티시 블루 골든 꼬물이들이 있었다. 나머지는 이미  예약된 상태라 구경만 가능했다. 옥탑방은 더웠고 고양이들은 죄다 널브러져 있었다. 브리더는 직장인이었고 고양이는 전적으로 어미 고양이가  케어 하는  보였다.


아직 2달을 다 채우지 못했다며 3주 뒤에 보리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계약금을 건네는 동안 보리는 보란 듯이 어미젖을 찾아 입에 쪽쪽 빨고 있었다. 제일 활발했던 녀석이다. 나의 우선순위는 고양이 외모보다 '건강한 녀석 찾기'였다. 그렇게 우리 집 식구는 다시 2주를 기다렸고 몇 개월 만에 아기 고양이를 집에 들였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지금 그래서 우리 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보리 엄마 아빠 그리고 원래 분양 받기로 했던 보리 형제.

육아보단 해볼만하지만

집이

다시

초 토화가 되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메인 화면에 우리 보리 있어요~~~


이전 11화 호치민에서 고양이 분양 받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