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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May 25. 2021

아픈 고양이를 분양 받았다. (1)

집안이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오전 운동을 마친 후 가까운 애견샵으로 향했다. 분주했다. 사랑하는 반려묘와 반려견을 위해 쇼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철장 안을 둘러보았다. 토끼도 있다. 기니피그도 있다. 햄스터도 있다. 빨강 눈을 가진 쥐 같은 동물도 있다. 당연히 아깽이도 있다. 하얀 털에 하늘색을 담은 눈을 가진 고양이다. 흰색 고양이는 생각도 못해본 터라 생소했다. 다른 고양이는 없냐고 물어보았다. 


"아직 없어요."

"브리더가 맡겨 놓으면 우리는 팔기만 해요."

"브리더가 언제 올지 몰라요.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 선호하는 고양이가 있나요?"

.

"아, 아이가 줄무늬 있는 고양이를 원해요."


"Tabby, 타비를 원하는군요. 털 짧은 게 좀 더 비싸요."


"네.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오면 연락 주세요."


바로 다음날 연락이 왔다. 줄무늬 회색 고양이가 도착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곳은 병원과 펫 샵이 함께 운영 중이었다. 호찌민에서 제법 큰 곳이다. 몇 개월 동안 노력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1시간 이내에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가 나의 인생에 '훅'하고 들어올 참이었다. 


'뭐라 첫인사를 건네지?'

'안녕?' 


닥터 Dang (당). 펫 샵 여러 수의사 중 그녀를 만났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다. 깡 마른 체질이다. 그녀는 솔직하다.  첫날 흰색 고양이 가격, 개월 수, 종류, 성별을 이리저리 묻고 있는 나에게 그 고양이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 아이가 있는 집에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재 설사 중이라 입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음날, 연락을 받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 자줏빛 병원 유니폼을 입은 그녀는 환희 웃으며 새로 들어온 회색 실버 타비를 보여 주었다. 마음에 드냐고 물었다. 마음에 꼭 든다고 했다. 


"정말 오늘 데려갈 수 있나요?"

"진짜로? 지금 바로 분양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지요? 


즉 돈을 내면 바로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데체 몇 개월 동안 난 무엇을 한 거지? 무엇을 그토록 걱정했지? 그냥 이렇게 집에 데려가면 된다고?? 만감이 교차하기보단 혼란스러웠다. 그냥 이게 다였다. 


"네. 당연하죠. 이렇게 품에도 쏙 잘 안겨요. 활달하고 무척 건강해요."

"병원 안으로 들어오세요. 입양 절차 도와 드리겠습니다."


40분 남짓 흘렀다. 컴퓨터 인터넷이 말썽이었다. 그사이 필요한 모든 용품을 구입했다. 고양이 화장실, 케리어 그리고 자그마한 켓 타워도 구매했다. 뒷좌석이 꽉 찼다. 모래는 두 봉지를 구매했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유지해 주고 싶은 초보 집사 마음에...


겨우 1킬로 정도 되는 아깽이는 새로운 자기 방을 매우 만족해했다. 내려놓는 순간 모래 화장실 안에서 그렁그렁 소리를 내며 놀았다. 뒹굴며 놀이터인양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사료 한 그릇도 뚝딱 마쳤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자기 방에 고양이를 보는 순간 눈만 뻐끔뻐끔 뜨고 엄마를 보았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거실로 얼굴 반쪽만 빼꼼 내밀어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얌전했다. 한데 그렁그렁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낸다. 우리 집이 마음에 든다는 표현인 줄 알았다. 화장실이 방안에 있다 보니 냄새가 심했다. 첫날 저녁 똥인지 오줌인지 알 수 없는 '감자'덩어리가 제법 나왔다. 공부한 데로 모래에서 골라 화장실 비닐에 밀봉을 하고 버렸다. 첫날 저녁 집은 고요했다. 아니 적막이 흘렀다. 


고양이는 조용한 동물이었다. 옷걸이 밑에서 홀라당 뒤집어진 채 오랜 잠을 청했다. 우리 식구는 행여 깰까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고 수시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진짜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자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잠만 잤다. 



항상 힘이 없는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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