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곳을 알고 계셨나요?
베트남에 대해 적은 글의 조회수는 꾸준하다. 한동안 브런치와 헤어져 있는 동안 신기하게도 종종 조회수 알람이 날라 오더라. 코로나와 함께 일상생활이 시작됨과 동시에 베트남으로 발령받는 주재원들이 늘어난 걸까? 아마도 한동안 코로나로 주춤했던 해외 발령이 시작된 것 같다. 조회수 알람이나, 느닷없는 댓글 알람 덕분에 이전 베트남 정보성 글을 다시 찾아 읽어 보면 참으로 '쪽 ㅍ 린'다. 현재도 틈틈이 글쓰기 연습을 위해 아~주 가끔 책을 들여다보고, 멋진 문장을 읽으면서 그 작가의 감정과 느낌 묘사에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 중이다. 이때 천 원짜리 버거킹 커피는 덤으로 나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최근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가는 '로베르트 무질 (Robert Musil)'. 그의 책 '특성 없는 남자'이다. 이 책은 읽을수록 신기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반성하자면, 좀 더 글을 짧게 써야겠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노력해보자.
그땐 왜 저렇게 구구절절 빙빙 둘러 주절주절했을까? 뭐 생각해보면 교민사회 사람들 사는 모습도 제각각이고 좁은 곳에 응집되어서 모여 살다 보니, 사업하시는 분, 개인 사업하시는 분, 대기업 뺨치는 중소기업 사업가들과 주재원들 삶에 분명 차이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또한 모든 것은 나의 한 생각에서 나온 나만의 시각에서 바라본 베트남살이였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한마디로 독자들을 기만했다. 내가 뭐라 적든 독자들은 그들의 잣대와 기준으로 나의 글을 읽을 것이고 필요한 부분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버렸을 것이다. 그땐 그걸 몰랐다. 사실 교민 중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들의 욕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도 마음 한켠에 아니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그것 또한 그들의 몫. 이젠 좀 더 나다운 나만의 글을 적어 봐야겠다.
안푸 D2는 7군 푸미흥보다 집세가 높은 편이다. 평균보다 높은 집세를 대표하는 곳이 몇 곳 있다. 7군에서는 'Waterfront residence'(워터프런트)와 'Crescent'(크레센트), 1군 시내 쪽에는 'Somerset residence'(섬머셋), Intercontinental'(인터콘), 'Sherwood'(셸 우드) 그리고 'Diamond residence'(다이아몬드 백화점 옆 아파트). 2군에서는 'Riverside Residence', Xi riverview, Somerset residence', Bp compound' 정도였던 것 같다. 2군에 더 많은 compound villa 단지와 아파트 형식의 단지들이 있지만 교민들이 그곳까지 뻗쳐져 있지는 않았다. 뭐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대충 이 정도가 꽤 고가의 집들이다. 특히 안푸에서 'Riverside residence'(리버사이드)와 'BP Compound'(비피)는 렌트비가 높기 때문에 주재원 중에서도 주택 보조금이 제법 높은 은행권, 삼성 계열, 석유공사 그리고 대사관, 영사관, 공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주로 선호한다.
굳이 'Riverside residence'와 'BP Compound'를 꼭 집어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코로나 기간을 베트남에서 격하게 겪은 사람으로서 저 두 곳은 다른 세상 같았다. 정말 살만했기 때문이다. 'Riverside residence'와 'BP Compound'는 베트남 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되어 있는 곳이다. BP 옆에 붙어 있는 'Anphu Supermarket'(안푸 슈퍼) 역시 베트남 공무원들 소유다. 정부와 관련된 아파트나 건물들은 전체적으로 연한 노랑 베이지색을 띠고 있다. 호치민 시청 색을 기억하는가? 연노랑 비슷한 색. 즉 두 곳 다 건물이 누렁 팅팅한 색이다.
https://www.riverside-apartments.com/
'Riverside residence'는 콘도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코로나 락다운 동안 저 두 곳에서는 신기하게 모든 생활이 가능했다. 'Riverside residence' 단지 내에 'Blue' 식당과 'Shalom' 커피숍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모든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고 5시 통금시간 때문에 배달 음식마저 불가능했던 그 순간, 리버사이드 주민들은 강을 끼고 붉은 선셋을 보며 투스칸 치킨과 맥주를 마셨다. 심지어 아침에 쌀국수도 먹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아침에 쌀국수는 결코 먹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였다. 파스타, 햄버거, 스테이크 역시 가능했다.
그곳은 주민들의 성지였다. 초록 잔디밭, 강아지 놀이터, 아이들 모래 놀이터, 테니스장, 세탁장, 헬스장, 수영장, 강을 끼고 있는 산책로는 실로 완벽했다. 식당 주인, 종업원, 카페 사장은 리버사이드 안에 투숙하면서 장사를 이어 했고 슈퍼 역시 급한 식재료는 거의 구비되어 있었다. 그 구하기 어려운 달걀은 판때기로 가져다 놓았다. 아이들 최고의 행복 지수는 리버사이드 안에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 한국분들이 리버사이드를 꺼리는 이유는 30년도 넘은 오래된 단지에 가구와 부엌 모든 시설이 경악할 만큼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그곳을 고집한다. 이유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맨발로 뛰어놀 수 있고 또 미국 학교 'ISHCMC'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BP Compound' 단지 안에 있는 'Boat house restaurant' 역시 영업이 가능했다. 비피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곳 이용이 자유로웠고 코로나 기간에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능했다. 비피 컴파운드는 리버사이드와 달리 'Luxury APT'(럭셔리 아파트)와 빌라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리버사이드에 비하면 비피는 대단지다. 규모가 엄청나다. 단지 안에 골목 이름은 꽃 이름으로 특정 지어져 있다. 차로 몇 바퀴를 돌 수 있다. 단지 안에 'AIS' 호주학교 캠퍼스가 있다. 그것도 수영장을 가진 큰 학교. '럭셔리' 아파트는 리버사이드 렌트비와 비슷하고 빌라는 기본 한 채당 제일 저렴한 집이 5천 불 이상이다. 비피 단지 안에는 큰 실내 체육관도 있고 야외 스포츠장도 갖추고 있다. 강을 바라보며 테니스를 할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수영장 역시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운동장도 따로 있다. 아이들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항상 백이면 백 만족해한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환경이 그 모든 것을 커버했다. 럭셔리 아파트 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전 빌라 스타일의 한 동 자리 아파트도 있다. 그곳 역시 비싸다. 비피는 대저택이 많아서 할로윈때 유명하다. 해골, 박지, 미라, 호박, 드라큘라 등 별의별 징그럽고 무서운 조경으로 대문 밖과 집을 장식한다. 추후 너무 유명해져서 아파트 단지 내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외부인은 출입을 통제시켰다.
<리버사이드 옆에 위치한 '리비에라'라고 빌라 단지도 있으나 이곳은 치안이 심각하고 한국인이 거주해봤자 한 두 집 정도이다. 고가 대저택이기는 하지만 강도, 절도 사건이 많은 곳이라 교민들 사이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다. >
모든 것이 불가능할 때 저 두 곳은 가능한 게 정말 많았다. 요술램프 속 지니가 사는 곳 같았다. 심지어 운동, 테니스, 수영도 가능했다. 아파트 주민이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니는 바람에 불공평함을 느낀 그들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고, 덕분에 붉은 테이프가 수영장 테두리에 쳐져 더운 날씨에 아이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반대로 소문이 퍼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외국인 거주자들이 한 달 두 달 단기 렌트로 리버사이드와 비피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들은 섬머세, 임페리아, 자이, 비스타에 거주중이 었지만 전체 락다운 기간중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리버사이드로 단기 3달씩 들어와 거주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락 다운 중 자유롭게 산책이 가능하고 운동할 수 있고 바깥 활동이 가능했던 곳은 저 두 곳뿐이었다. 아이들은 코로나가 뭔지 모른 채 그 아파트 단지 안에서 그들의 피터팬 꿈을 실현 중이었고, 진정 자유인이 되어 평생 맛볼 수 없는 솜사탕같은 단 맛을 맛보았다. 꼬마아이들에게 나날이 무지개 같은 날이었다.
저 두 곳은 성지였다. 외국인들 성지. 그 어떤 것도 허용이 되지 못할 때, 넓고 넓은 녹지, 잔디, 공원, 자전거 도로를 가진 'Riverside residence'와 'BP Compound'는 지상 천국이었고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그들의 특권인 양 그 모든 것을 누리면서 숨죽여 안도감을 내뱉었다.
'Riverside residence'와 'BP Compound'는 지금도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비스타, 임 페이라, 에스텔라, 자이, 마스테리등 새로지은 고급 아파트와 살기 편한 주변 아파트 역시 많지만, 이 두 곳은 좀 색다르다고 할까? 새 아파트에 비하면 시설과 가구가 한없이 올드한 스타일에 어처구니없는 가전제품을 가진 곳이지만 부모들은 그 단지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그들의 특권에 만족하며 호치민 생활을 누렸다.
글을 적다 보니 마치 지금도 난 베트남에 살고 있는것 같다. 아니면 꿈이었나?
한번 씩 웃고 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