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Jan 26. 2022

호치민 봉쇄중 나를 살린 소박한 드라마 이야기.

여전한 나를 보았지만 그녀가 싫지 않습니다.

2019년 10월부터 티브이를 보지 않았다. 2021년 6월 23일 수요일. 티브이 리모컨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넷플릭스를 열었다. 왜냐고? 기나긴 코로나 봉쇄 덕분에 나 또한 더는 버틸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 우울함이 밀려오기 전 긴급 처방전이다. 감정 기폭을 갱년기 증상으로 수~ 없이 드나든 까닭에 이 정도쯤은 이제 알아서 예방도 가끔 할 수 있다. 더 미쳐 널뛰기를 하기 전 그리고 더욱더! 기나긴 시간을 아이와 집에서 함께 해야 하기에 난 시급했다.


긴장되는 탓에 화장실을 들락 들락날락 거린다.. 그렇다. 난 영화광, 드라마 광이다. 너무 설레어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이 좋은 것을 멀리하고 도대체 무얼 했냐고 묻는다면, 글 한번 적어 보겠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어서 엉덩이에 곰팡이가 필 정도로 한 번 책상에 앉아 있어 보았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하나하나 올려 보았다. 지금은? 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러다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왜? 글쓰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져리게, 뼈에 사뭇히도록,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로 표현 할수 없을 만큼... 글을 쓴다는 일은...말문이 막힐정도로... 어. 렵. 다.

나에게는...


머리에서 찌릿찌릿한 신호가 내려온다. 눈이 갑자기 크게 떠진다. 동공이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콧꾸녕도 벌렁벌렁 거린다. 아 설레어서 미쳐버리겠다. 콩닥콩닥 거리는 가슴이 감당이 안 된다. 어쩌지?


한번 빠지면 뽕을 뽑는다. 영화광이었다. 드라마는 눈알이 충혈되어 시뻘겋게 튀어나올 때 까지 끝장을 뽑는다. 그 먼 대학시설, 나의 주말은 그야말로 폐인이 따로 없는 주말. 비디오테이프 (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는 낙은 대학시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에 있어 큰 업무였다. 소개팅, 당구장에서 포켓볼, 게임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보내는 시간보다 나에게 의미 있는 영화 보기 시간. 누가 보면 미래 직업이 영화감독인 줄 알지 않을까?) 기본 3개에서 5개. 하루 만에 다 볼 때도 있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 볼 때도 있다.


호치민 국제학교로 발령받아 아무것도 할 게 없던 첫 방학을 충만하게 채워준 것도 '프리즌 브레이크'와 '24시' 였다. 한번은 암막 커튼을 치고 보다 두통이 몰려와 구토까지 한 적 있다. 방학이었고, 시댁, 친정 잔소리도 없고, 그야말로 나이 30살 넘은 새댁한테 주어진 황금기라고 할 수 있었다. 남편이 할말을 잃어버렸다.


저녁에 나를 데리고 Pho 24로 데려가 쌀국수 한그릇을 먹이고선

' 재미있었어? ' 라고 묻더라.


하지만 일주일 뒤 이 백수 직업을 청산하고 난 호치민대학 베트남어 랭기지 코스를 등록했다. 뭐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학교는 개학했고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마치 난 모범 선생님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시 현재로 돌아와 난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잡았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우리 점심 피자 시켜 먹을까?'라는 말을 내뱉었다.

'엄마, 프라이드치킨 샌드 위치도' 시키자.

'그래~'

유일하게 문을 연 식당. 아파트안에 있는 '블루 레스토랑'


그리고선 난 블랙홀에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는 마냥 당당하게 청춘기록 드라마를 클릭했다. 박보검이 나오더라. 난 그를 좋아한다. 팬 덕질이라던지 미치도록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었지만, 박보검, 조인성, 공유, 이선균 정도면 나름 연기력도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다. 1회를 재생시켰다. 앗. 빨려든다. 정말 큰일 났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데. 유치하다. 한데 하희라가 보인다. 신애라가 나온다. 어찌나 반가운지 그녀들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구나. 그녀들도 세월은 빗겨 가지 못한 듯 하다. 그녀들도 나이 듦을 피할수 없었나 보다. 대사가 많다. 대사가 맘에 쏙 든다. 별거 없는 내용과 판에 박힌 그녀들의 말투이지만 반갑다. 내용이 좋다. 아무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베트남 봉쇄 기간 중 넷플릭스와 함께할 나의 미래에 덩더꿍 춤을 추고 싶다.


이야~~~'넷플릭스'와 '매일 티브이'가 결국은 나를 살리는구나!!


다시 드라마로 이야기로 돌아와 마무리를 짓자면, 청춘기록 드라마는 가족 구성원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 친구와 우정, 유치한 사랑(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나이를 먹어서 인지 박보검 연애사보단, 주변 인물 갈등과 대사에 더 많은 집중을 하면서 드라마를 이틀 만에 끝장을 보았다. 난 여전한 나를 보았다.

피자와 햄버거, 냉동 김말이가 이틀 동안 주식이었다. 나쁜 엄마였지만 나름 숨통을 틔어야 했다.

현실에 없는 이상 속 드라마를 보고, 부러웠다. 가족관계, 친구 관계, 그리고 그들의 직업. 일을 할 수 있다는 그들의 입장이 너무 그리웠다.


물론 한국도 코로나로 많이 힘든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완전 봉쇄를 경험해 보지 않고선 현재 난 한국이 무척 그립다.


글을 다시 쓰고 싶은데

다시 시작을 하고 싶은데

그간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으로 이송된 순간이라

무엇부터 시작할지 몰라

도서관만 들락날락 거리다

브런치에 이전에 끄적여 놓은 글이 있어,

가볍게 시작하고 싶어서

올리는 글입니다.


전 지금 한국입니다~~

이전 22화 호치민 봉쇄 짧은 기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