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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ug 31. 2021

호치민 봉쇄 짧은 기록.

몇 문장과 단어로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글과 문장이 도대체 뭐길래... 겪었던 일들이 단어 몇 개와 몇 가지 문장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가 된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어쩜 산다는 삶 자체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소낙비가 힘차게 내린 뒤 잔디에 꽃들은 꺾여 버렸지만 무지개는 하늘 아래 보란 듯이 펼쳐져 있는 뭐, 그런 인생?

코로나가 뭔지 모른다는 듯 능청스럽게 버팅기고 있는 기다란 야자수 나무를 보고 있자면 허탈감만 밀려온다.


몇 개의 문장으로 그동안 삶을 요약정리해보면 이러하다.

가게 곳곳, 지역 곳곳이 락다운 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슈퍼와 마트에서 물건을 사재기 시작했다. 전쟁 난 줄 알았다. 아니 전쟁이 일어났다.

봉쇄한다는 소문 때문에 슈퍼와 마트에 사람들이 몰렸다. 덕분에 다시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했다. 대형 마트는 하루 소독하고, 하루 문 닫고, 하루 문 열고, 다시 하루정도 소독을 하고 다음날 다시 문 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 코로나는 퍼졌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호치민 전 지역 ‘코로나 검사’를 시행했다. 황당했다. 강제성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아파트에서 는 조지 오웰 1984, 혹은 프랭클린 감옥 수용소가 생각날 만큼 강제성이 수반되었다. 소름이 돋았다. 경비가 문을 두들긴다. 강제 검사를 실시한다. 전기와 수도를 끊어 버리겠다고 협박을 한다. 교민들도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지역별 봉쇄가 다시 시작된다. 2주 간격으로 계속 봉쇄를 더욱 강화한다.


또다시 장보기, 사재기가 시작되었다.

계란을 구할 수가 없다.

야채가 없다. 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다. 공포가 밀려온다.

마트 밖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한채 줄을서고 있다. 어떤 마트나 슈퍼 앞에서 신상 기록을 한다.  남은 핸드폰으로 앱을 다운로드하고 스캔을   줄을 1시간 이상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들어가  마찬가지. 야채와 과일은 없다. 기록을 받는 이유는 혹시나 확진자가 다녀갔을  F1 F2 쉽게 소환 화기 위해서다.

마트 줄


다시 2주 뒤 호치민 시내 구역 자체에서 바깥 출입이 제한되었다. 정부에서 월수금, 화목토 쿠폰을 제공했다. 경찰이 진입로를 막고 있다. 경찰이 하루에 7번씩 순찰을 다닌다. 마트나 슈퍼, 약국, 병원 이외에 이유 없는 외출을 하면 경찰에 연행된다. 벌금도 물어야 한다.

쇼핑 쿠폰

다시 2주 뒤 전체 봉쇄가 실행되었다. 정. 말. 너. 무. 한. 다.

군인이 하노이에서 내려왔다. 슈퍼도 문을 닫았다. 물이 필요하다고 구조 요청 글이 올라온다. 식료품이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온다. 정부에서 군인들이 식료품 배달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 부족이다.

하노이에서 내려온 군인들.

한국에서 친구들이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낸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실 잘 지내고 있다.


그냥...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뿐이다.


교민들이 한국으로 귀국한다. 남편을 두고 귀국한다. 이산가족이 되었다. 갑자기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남편들은 공장으로 짐을 싸들고 들어 갔다. 호치민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남편을, 아빠를 만나지 못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래.서.

나도. 간다고 했다.

한국에.

15년 만에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현재 교민들도 코로나 백신 접종중이다.

정말 몇 문장과 몇 문단으로 이곳 상황설명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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