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캠핑 -첫번째 이야기

그는 여전히 텐트를 잘 못친다.

by Choi

태안에서의 추억과 그 두 분의 훈훈함은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물겠지. 캠핑앱을 깔았다. 신세계다. 우아 ~! 감탄사가 마구마구 흘러나온다. 한국은 정말 앱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전화기너머 아는 동생과 난 캠핑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렸다. 그녀는 이것저것 알려 주느라 정신이 없고 무슨 말인지 알리 없는 나는 우선 무조건 듣고 알았다고 했다.

'언니, 그런데 그거 6.7.8월에는 엄청 치열해요. 대학 수능 입시보다 더 힘들어요. 요령이 있어오.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매주 무조건 예약을 해요. 추후 안 가는 곳은 일주일 전에 다시 취소하면 돼요.'라는 꿀팁을 주었다.


허나 곰처럼 미련한 난 그것마저도 할 재주가 없었다. 무통장 입금과 캠핑장 사이트를 보며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명당인지 조사를 하고 검색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서 나의 장기이자 운빨을 믿으며 되는대로 하면 된다는 무한한 긍정의 힘으로 여전히 캠핑 가기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 중이다. 운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럼 그냥 다음주에 가는 걸로.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일주일 전에 풀 북이었던 캠핑장이 하루나 이틀 전에 꼭 한두 사이트가 나왔다. 명당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냥 가보면 복불복이었다.


그런 식으로 급작스럽게 강원도 인제를 예약했고 덤으로 템플 스테이도 예약했다. 백담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고 초등학생이 있다는 말에 담당자분이 망설였다. 잠시 후 전화를 다시 준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30분 뒤 바로 전화가 왔다. 백담사 템플스테이 담당 스님이셨다.

<스님>

"됩니다. 무조건 됩니다. 몇 학년인가요? 남자 아인 가요? 아이들 좋아합니다. 꼭 데리고 오세요. 그날 뵙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남편분과 상의하신 거 맞지요? 무조건 보살님 혼자서 결정하고 오시면 안 됩니다. 꼭 가족과 함께 의논하시고 동의를 구하시고 오십시오."


난 웃으며 "네~" 라고 했지만, 사실 남편과 우리 집 아이의 동의를 얻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그 둘은 선택권이 없으며 템플스테이만큼은 난 혼자라도 할 생각이었다. 나의 버킷 리스트중 하나였다.


난 용감하다. 게다 무식하면서 용감하다. 과감하고 계산 적이긴 한데 그 계산에 항상 오류가 많다. 치명적인 오류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남편을 3번 만난뒤 60일째 결혼식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 남자와 지금 16년째 살고 있다. 혼자사는 것 보단 낫다는 최면을 걸고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신혼 초 그의 임무는 종종 내가 사고 친 것을 수습하는 뭐 그런 임무를 맡아 했었다.


퇴근하고 나의 계획을 듣고선 그 남자 한마디 한다.

그 남자: '근데 우리 텐트 다시 잘 칠 수 있겠지?'

부인: '응. 나만 믿어. 나 이제 어떻게 치는지 다 외웠어. 걱정마.'

그 남자: '근데 먼 거리인데 운전 할 수 있겠어?'

부인: '응 2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던데?'

그 남자: '그래?'

그 남자는 그 여자를 너무나 잘 알기에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하여

두 번째 캠핑은 강원도 인제 3박 4일 + 1박 2일 백담사 템플스테이.


음...먼 거리더라. 차가 막혀서 더욱 먼 거리더라. 4시간 걸렸다. 뒷좌석에서 짐과 함께 짓눌려 있던 아이에게 넷플릭스 영화를 제공하고 온갖 달달한 말로 꼬드겨 가며 겨우 도착 했다. 오락도 한판 쿨~하게 허락했다. 덕분에 나쁘지 않았다.


설악산 뷰와 공기가 달랐다. 푸른색, 청록색, 새파란 하늘, 서늘한 바람. 강원도를 처음 가보았다. 캠핑장에 도착했다. 관리자님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강가 앞에 겨우 한자리 남았다면서 그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다들 몇 시에 도착했는지 물어보았더니 보통 서울에서 새벽 5시 이전에 출발해서 6시에는 무슨 교 인지 다리를 넘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뜨아...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는 것도 전투적으로 열심히 계획하에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치민에서 더운 날씨와 함께 축축 늘어져 있던 우리 가족과는 달랐다. 주로 비행기로 가까운 동남아, 혹은 렌터카로 무이네, 붕따우 정도를 다니며 호텔에서만 생활했던 우리 가족에게 자가 차 여행과 캠핑은 색다른 경험이다. 이 경험은 아이에게 더 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고 또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가끔 그 추억의 힘으로 힘겨울 때 살아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쩜 나 역시 아빠 등에 올라 타고 다녔던 어릴 적 그 캠핑 맛을 잊지 못하고, 그 순간 한없이 포근했던 감정과 느낌의 끄나플을 끌어다 다시 마음 한켠에 구겨 넣고 싶어 캠핑을 시작한지도 모르겠다. 캠핑은 이색적이고 고생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나의 추억을 아이와 공유 하고 싶은 이 마음, 이 경험을 아이에게 꼭 안겨 주고 싶은 나의 욕심, 공부보다 호텔보다 비행기보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이색적인 추억을 아이가 마음 한켠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램. 그리고 그남자와 나의 추억거리가 하나더 만들어 지고 있는 요즘, 우리 캠핑하길 참 잘한것 같다.


뭐 여하튼 한국에서 자유를 얻은 기분이랄까. 택시 기사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세차장에 여자 혼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곳. 차에 문제가 생기면 딜러가 친절하게 도와주는 이곳. 한국. 살기 좋은 나라인 건 맞는 것 같다.


강원도 인제

특히 이번 인제 캠핑 중 찹찹하고 시원한 바람은 온몸을 타고 들어와 잡념으로 가득 차 있는 머릿속이 환해지는 뭐 그런 힐링을 주더라. 텐트로 꽉 채운 캠핑장은 화기애애 하고 시끌 벌쩍했다. 이제 막 도착한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바빠졌지만,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배가 너무 고팠다. 어차피 잘 치지도 못하는 텐트. 의자를 펴고 코펠을 꺼내고 준비해온 부대찌개와 라면을 끓여 먹었다. 꿀맛이다. 캠핑 다니면서 얻은 지방의 무게가 몇 킬로 된다. 아이는 기분 최고조. 강가에 물고기가 많다며, 물이 너무 맑다며, 준비해온 그물망과 물고기 통을 들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배불리 밥을 먹은 그 남자가 드디어 움직인다. 불안한 눈빛이다.

<그 남자>

'이거 어떤 게 위로 가야 했지?'

'이게 앞인가?'

'이쪽이 문인가?'

'폴대 긴 쪽이 위로 가야 하나?'

'팩은 어느 고리에 박았지?'


<그 남자 부인> 미간에 주름이 쫙 잡힌다. 목소리를 내리 깐다.

'이게 위로 가야 해.'

'그때 사진 찍어놓은 거 없어? 찍었잖아.'

'짧은 게 위로 가야 해'

' 팩은... 글쎄 고리인지 천으로 된 고리인지 헷갈리네'

'앗. 팩 다시 빼야 해. 이너텐트를 걸 고리가 없어. 팩을 저어~기 천 고리에 박아야 하나 봐'

크고 깊은숨을 내리 쉰다.

' 진짜로 그사이에 텐트 치는 법을 다 잊어먹은 거야?'


그 남자는 아무런 대꾸 없이 온몸이 땀으로 범벅 될 만큼 최선을 다해 아~주 정말로 진짜 열심히 텐트를 쳐 주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우리는 텐트를 치고 살림 장비를 정리했다. 태안에서 5시간 동안 텐트 친 것에 비하면 대성공이었다. 노숙자가 될 걱정은 안 해도 되었고 다시 집으로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잠자리는 생겼다.


하늘에 별이 유달리 반짝였다. 불 옆에 앉아 마시멜로와 숏다리를 뜯어 먹었다. 과자도 막 주어 먹었다.맥주도 물론 한잔 마셨다. 자유롭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산 밑이라 그런지 제법 추웠다. 담요를 뚤뚤 말고 불 옆에 우리 세 가족은 옹기종기 모여 '좋다' '좋다' '좋다'를 연발했다. 아이는 템플스테이가 기대된다며 가서 뭐 하는지, 어디서 자는지, 머리를 혹시 깎아야 하는지, 옷은 뭐를 입지는 등 온갖 질문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구마구 던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틀은 캠핑장에서 지내고, 텐트를 철수하고 백담사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이튿날 저녁부터 강풍과 비바람으로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텐트를 캠핑장에 두고 백담사 템플 스테이를 다녀와서 다시 텐트에서 자고 다음 날 새벽에 내려가는 걸로. 속초와 바닷가는 다음에 가는걸로. 텐트가 다 젖은 상태이고 그 많은 캠핑 짐을 다시 차에 싣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캠핑장에 자리가 남아 있을지 없을지 알 수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께서 그냥 이틀밤을 한번더 예약하면 된다고 했다. 자리도 평일이라서 충분하니 옮길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무대포 아줌마의 돈 몇 푼 절약 정신이 발동했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장박 비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진 것이다.


최대한 상냥하게~

'사장님~ 장박하시는 분들 한달 요금이 저희 4박 하는 요금과 똑같지 않아요? 저희 오늘 하루는 샤워도 안 하고, 물도 사용 안 하고, 전기도 사용 안 하고, 자지도 않고 텐트만 쳐놓고 템플스테이 가는데~~' 주절 주절 궁 시렁 궁시렁 그렸다.


사장님이 듣고 웃으시며

'하하하, 그럼 마~ 반띵 합시더!'


(사장님의 푸근함에 이끌려 최근에 보모님과 다시 한번 찾아가보았다. 역시 강원도 인제는 시원하고 좋았다.사장님은 더욱 좋았다. 나를 기억하시며 크게 웃었다.)


그날 저녁 남편은 무거운 돌을 날라 텐트 주변을 둘러 가면 텐트를 눌렀다. 바람이 당찼다. 매서웠고 혹시나 템플스테이 다녀온뒤 텐트가 날아가거나 무너질까 하는 염려로 단단히 텐트 앞, 뒤 , 옆을 큰 돌로 꼭 꼭 둘렀다. 그남자는 참 차분하고 확실하다.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남자와 캠핑 하는 맛이 단맛, 쓴맛 서로 엉켜 알수 없지만 웃음은 많아졌다. 희끗 희끗해진 그 남자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그도 참 늙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요즘은 회사가서 자기가 텐트도 칠줄 안다고 자랑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 은근히 여행을 즐기는것 같다. 다행이다.


다음날 이른 새벽 빗속에 앉아 강과 건너편 산을 보며 차분한 마음을 끌어다가 내 마음속에 앉혔다. 캠핑을 가면 난 새벽에 일어난다. 그 새벽이 그냥 좋다.


간단한 아침을 먹고 우리가족은 백담사로 향했다.


"엄마, 나도 스님옷 입어?"

.

.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