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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Oct 23. 2023

브러치에는 왜 아픈사람이 이리 많을까?

그들로 부터 난 위로를 얻었다.

'On pen'메거진은 나의 다짐을 위해 탄생했다.


4년 전 '브런치'에 처음 합격된 이후 글을 계속 발행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정보성 글에만 너무 취중 한 나머지 나 자신을 잃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랬다. 난 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좁은 호치민한인 사회가 무서웠고, 나의 아픔으로 가족이 피해 볼까 두려웠다. 아픈 나를 내보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맨탈을 붙잡고 아이 앞에서 웃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했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무리였다. 잘못하다간 이 소중한 공간이 오물로 뒤덮인 곳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럼 난 다시 어떻게 이곳으로 돌아 오지? 그래서 멈추었다.


4년이 지난 오늘, 노트북을 편하게 펼쳤다. 어릴 때부터 40대까지 그녀에게 휘둘리던 나의 감정, 사고, 삶을 불에 태워 버렸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아픔을 머금은 소녀는 다시 환하게 웃지만 가끔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그 타고 남은 재는 하늘을 그을리며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나를 다시 글과 요가로 채우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아픈 글을 마주 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결국 그들도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글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4년 전에는 브런치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다. 4년이 지난 현재 브런치에 유독 아픈 젊은이들이 더 많아진 같다. 그들의 글 덕분에 용기 낼수 있었지만,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겁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너도 나도 MBTI가 뭔지, 우울, 공황장애, 강박, ADHD, PTSD 등 수많은 변명으로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그곳에 더 가두고 있는 게 아닌지. 정신과에서 너무 과하게 처방하는 건 또 아닌지. 도대체 지금 우리는 어느 만큼 아픈 건지... 누구의 기준인지...


정신과의 기준이 궁금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은 미국정신의학협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출판하는 서적으로, 정신실환의 진단에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이 정신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우울증부터 인격, 성격, 불안등 17개의 범주로 주로 정신질환에 집중하는 책이다.  미국 정신과 의사들이 만든 책이라고 한다. 또 다른 책은 ICD.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류(International Statist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 ICD)가 있는데, DSM은 정신질환에 집중하는 반면 ICD는 모든 종류의 질병을 다루는 내용으로 정신 및 행동 장애(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에 관한 것이다. ICD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질병을 전체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출처: 위키백과>


이 두 종류가 정신과에서 다루는 책이라는데, 결국은 이 책들도 인간이 만든 책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혹시 우리도 부모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우리의 자녀를 또 아프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쩌면 인간이 부모랍시고 자녀에게 던지는 사랑이 동물이 새끼에게 보여주는 맹목적인 사랑보다도 못할 수도 있다. 본래 인간이란 생물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보이는 사랑 역시, 자기가 원해서 또는 자기 기준에서 완벽한 또는 희생적인 사랑이다. 자기 방식의  이기적인 사랑. 그 사랑을 받은 자식은 또 아프고, 어른이 아닌 어른아이가 낳은 자식은 당연히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쳇바퀴 형태의 삶.


현재 우리 부모들 중 자녀를 우리의 욕심이 아닌 나를 포함해 순순하게 '성인'으로 키우는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될까? 네 인생에 집중하라고, 부모인 우리도 인생을 잘 모른다고, 우리 역시 모순투성이라서 우리가 걸어온 길밖에 모르니 너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부모는 정말 존재할까. 남은 우리 여생은 우리가 알아서 살 테니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부모는 몇이나 될까?



'On pne'은 어느 날 나를 돌아보았더니 감정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소녀가 자라면서 어느 하나 제대로 원하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어느 날, 글을 한번 마음 놓고 써보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매거진이다.


'쓰는 사람', '쓰는 엄마' 이고 싶어 매일 글을 발행하고자 하는 다짐이 담겨 있다.


by Onpen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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