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분이 요가 선생님 이라고요??

에이~ 설마요~!

by Choi


"그래! 집 가까운 곳이 최고야~!!"라고 결심하고 요가 센터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국제학교 여름 방학은 정말 , 진짜로, 너무, 하....... 길다!!!

나의 한숨 소리 들리시나요? 네.

꽉~~ 채운 두 달입니다.

꾹꾹 눌러 담은 두 달~~.



아들아~~~ 너의 방학이 장애물이 될 수는 없다. 10년 넘도록 너를 기르며 밥을 꾸준히 해서 먹였는데, 그 밥 해준 끈기로 이 애미가 이번엔 요가를 해보려 한다.
이 애미의 불타는 의지 보이느냐~~


그럼 그 빡센 두 달 동안 난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이냐?

집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제 겨우 적응한 동네지리 이곳저곳 찾아보다 한 곳을 발견했다. 동네 스포츠 센터였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가격이 참 이뻤다. 저렴했다. 같은 동네지만 시설과 강사님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 같다. 어찌 되었건 재밌는 가격이 참 많다. 이번에 내가 등록한 스포츠 센터 가격이면 운동을 2~3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시간이 없다. 최대한 짧고 굵게 마치고 집에 가야 한다. 가서 아침밥 차려줘야 한다!


시간대를 대충 보고 요가를 이어서 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오전 시간을 등록하고 집으로 왔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뒤 요가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방학 첫날부터 기분 좋은 아침수면 중이다. 조용조용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매트를 하나 들고 기둥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

'어.. 뭔가 이상하다.'

.

.

검정 운동복에 하얀 삼줄이 있는 옷을 상하 세트로 입은 나이 든 아저씨가 맨 앞에 앉아 있다. 머리는 약간 곱슬인 것 같은데, 헝클어져 있고 깔끔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누가 보면 전날 술을 맛나게 잡수시고 다음날 슬리퍼 질 질 끌고 동네 약국에 술 깨는 약을 막 사러 나온 모습이다.


'그래 딱 그모습니다.'

수염도 좀 있다. 몸은 날씬한 편이다.


그래도 기. 승. 전. 결. 그는 중년 아저씨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아저씨.

결코 나의 인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요가선생님'과 거리가 먼, 멀고도 까마득히 먼, 감히 용납할 수 없는 외모와 모양새를 갖춘 사람이 맨 앞 중앙에서 파랑 요가 매트 위에 떡 하니 거꾸로 서 있다. 흰 티가 아래로 쏠려 배에 털까지 보인다. 그는 열심히 물구 나무 서기 연습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툭 하고 두발을 바닥에 떨어 뜨리고 일어나더니 부드러운 명상 음악을 튼다.


'오 마 이 갓트~~~~, 저 아저씨 뭐지?'

앞에 할머니도 계시고 연세가 많은 분들도 제법 있다. 그리고 곰처럼 몸이 튼튼하지만 체지방이 과한 남자 수강생 한분도 있다.


내 옆에 백발에 단발머리를 하신 분이 계셨다.


나는 깨알처럼 기어가는 목소리로, 눈은 왕방울처럼 크게 뜨고서,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고, 이럴 순 없다는 표정으로 백발단발을 한 분께 고개를 비틀어 앞에서 나를 볼 수 없는 자세로 기밀하게 물어보았다.


'혹시.. 저분이.... 요가? 선생님? 이신가요?'라고....

그분이 빵 터지셨다. 막 웃었다.


" 네. 맞습니다. 오늘 한번 해보세요."


'어쩌지... 도로 나가야 하나? 아.. 어쩌지?'라고 혼자 오만가지, 천만 가지 생각을 하던 도중 수업은 시작되었다. 내 평생 아저씨 요가 선생님은 듣도 보도 못한지라.. 그렇다고 또 도로 나갈 필요까지는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이왕 온 거, ' 한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수업을 따라 했다. 방학 동안 나에겐 주어진 시간은 이 시간 밖에 없었고, 다른 곳을 다시 알아보거나 찾아보기가 아 ~주 귀찮았다.



" 자~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봇세요!, 팔을 위로 쭉 뻗어 손을 꽉지 끼고~ 오~른쪽으로 쭉~~ 늘리세요!"


선생님의 목소리, 말투, 억양이 어색하면서도 웃기면서 친숙했다. '이거 이거 뭐지??? 많이 듣던 말투인데~'


그의 말투는 학교 아침 조회때 하던 '아침 체조'구령소리와 비슷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투에 부드러움이 감미된 말투였다. 사투리 말투에 특유의 억양이 있었다. 그야말로 재미난 말투였다.


이쁘고 섹시한 여자 요가 선생님의 친절하고, 사냥하고, 가볍고, 또 간질간질 거리는 목소리로 자세를 설명 들으면서 구겨져 있는 몸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쫙 펴 보자고 용을 쓰고 있는 수업과 거리가 멀었다.


나의 고정관념에 따른 '요가선생님'의 몸은 활처럼 쭈욱 휘었다가 고무줄처럼 쫘~악 양, 옆, 앞 뒤로 늘어났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몸인데 그는 그렇지는 않았다. 어쩔 땐 그도 좀 힘들어 보였다. 남자라 그런가?


'이상한 나라 요가수업'에 온듯했다.


또, 하필 그날 왜 나는 왜 꽉 끼는 레깅스를 입었을까? 가랭이를 벌리고 엉덩이를 들고 하는 민망한 자세를 할 때는 영 신경이 쓰였다. 선생님의 이상한 구령과, 애매한 자세설명을 듣고 애매한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던 중 옆을 둘러보니 다들 옷이 가지 각색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 없이 다들 자기 몸에 열심히 집중을 하고 있었다. 거울로 비치는 인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나름 집중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운 수업 첫날이라 주변을 좀 많이 살피기도 했다.


이차 저차 50분 동안 옷도 신경 쓰이고, 자세도 기존에 내가 알던 요가와는 별천지로 다른 요가를 마치고 서둘러 나왔다. 그놈의 아침밥. 나의 주 종목을 하러 서둘러 가야 했다.


신호등 앞에 서서 하늘을 쭉 바라보고 있는데 그야말로 온몸이 시~~ 원했다. 틀어진 골판 통증이 줄어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애매한 동작이? 설마?


난 하늘을 보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속으로, 소리 내어 외치면 길 가던 사람이 저 여자 미쳤다고 할 것 같아서)


어떻게 한번 받아 보고 알 수 있냐구요? 이래 봬도 운동 구력만 10년 넘어요~~~

운동을 하도 찔끔찔끔 오랫동안 여러 가지를 해본 덕분에 새로운 운동을 한두 번 해보거나 강습을 받아 보면 그 운동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를 남들보단 빨리 알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


이런 시원함은 이전 오스카와 재활 필라테스를 받았을 때 느꼈던 시원함이다. 그 시원함은 잊을 수 없는 시원함. 그때 그 시원함을 오늘 내가 느꼈다고???


(아 그러고 보니 오스카도 남자였다. 남자였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였고 사실 여성에 가까운 남자였기 때문에 나의 머릿속에 오스카는 '여자'다.)


'말. 도. 안. 돼'


혼자 생각했다.



도대체 이 남자?, 아저씨?, 중년남자?, 여하튼 이 요가 선생님 정체가 뭐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선입관이 이토록 크게 작용하는지 피부로 느껴 보았다. 선입관, 인식, 머물러 있는 틀. 이 모든 것이 경계 없이 다 무너지는 날이 나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편견, 싫고 좋음, 불편함 그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것들을 무색하게 내 앞에서 꼬리를 감추는 날까지 수행하자...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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