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신을 알라'라고 소크라 테스가 말했다.
알차고도 알차게 빈틈없이 꽉 꽉 눌러 담은 두 달간의 방학이 시작되었고 나의 기대 만땅 요가 수업도 시작되는 줄 알았다.
의욕이 불타올랐고 진짜, 정말로, 진심으로, 열심히, 너무나 하고 싶었다.
나도 한번 끈기 있게 한 가지를 쭈욱~하고픈 욕망에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는데, 역시 세상만사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우선…
길고 긴 방학을 짧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는 휴가를 길~~게 다녀오는 거다.
두 번째는 주말마다 캠핑과 야외 활동을 즐기고, 하루 3끼 혹은 4끼 중 한 번은 간단한 조리용 음식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는 어차피 책을 좋아하니 도서관에 자주 가서 시간을 길~게 보내고 오는 방법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를 운 좋게 할 수 있었다. 대충 짐작은 하시겠죠? 그렇다. 유럽으로 보름 동안 여행을 다녀왔고, 3일은 시차 적응으로 대낮이 밤인지, 밤이 대낮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축 늘어진 문어처럼 시간을 보냈다.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것만 같았던 나의 의지는 피곤한 체력과 긴 여행의 후유증으로 흔적도 없이 저 우주 멀리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로 되찾아 오고 싶지만, 마음에 남아 있어야 할 ‘요가 의욕’은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진짜 완전 망했다…
에잇. 난 항상 마음먹고 무언가를 좀 하려고 하면 정말 꼭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가정을 일구고 그 가족이라는 구성원 속에서 ‘엄마’라는 나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렇다고 ‘나 요가 가야 해서 함께 여행 못 가.’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럼 너무 웃길것 같다.
만약에, 혹시라도 말인데, 이번생에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예를 들어 요가 전문가 과정 자격증을 따는 시험 기간이라면 모를까. 아마 시험 기간이라도 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을 것 같다. 하하하
결국, 확 끌어 올라왔던 요가 짝사랑의 불씨는 서서히 꺼져 버렸고, 어느새 다음 달 요가 등록 날짜가 돌아와 버렸다. 울지도 웃지도 못할 나의 상황에 늘어난 뱃살만 움켜쥐고 있었다.
그래도 2번은 나갔구나. 좌절...
그 2번 중 한 번은 남자 중년 요가 선생님이라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어색한 분위기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첫 수업이었고, 두 번째는 여행을 떠나기 전 등록한 돈이 아까워 겨우 시간 맞춰 다녀온 수업이었다.
다음 달 등록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이불킥을 하고 일어났다. 이렇게 무너질 순 없었다.
갑자기? 왜?
옆구리 살 껍질이 점점 오겹처럼 만져졌다. 여행 중 먹은 빵과 치즈 덕분에 서서히 퉁실 퉁퉁하고 튼실해진 엉덩이와 허벅지를 느끼는 순간 몸이 자동으로 일으켜졌다.
혹시 그 느낌을 아는가? 살이 본격적으로 쪄오기 전에 몸은 시그널을 보내온다. 마치 Are you reday?라고 묻고서는 모터가 달린 경운기처럼 털털 거리며 털렁 털렁 거리는 살을 몸에 꽉 찌는 옷처럼 덕지덕지 붙여 준다.
모른다고? 중년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알지 않을까. 다리가 붓고, 두둥실 해지면서 허벅지 사이가 설치는 아주 불쾌하면서 미간에 인상이 퐉 쓰이는 느낌. 동시에 어딘가 온몸이 찌뿌둥해진다. 위험신호다. 경고다. 가야만 한다. 여기서 더 굵어지면 츄리닝만 주야장천 입고 다녀야 할 운명의 여신이 될지도 모른다.
다음 달은 매일 반으로 등록했다. (환경에 나를 밀어 넣기로 했다. 최후의 방법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열정과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며, 우선 살이 급격히 쪄온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정신줄을 놓고, 야심 차게 매일반을 등록했다. 과연 난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당당하게 기존 수업을 3주 만에 들어갔다. 그 남자 요가 선생님은 검정 츄리닝을 입고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어정쩡하면서도 애매하게 생긴 중년 남자 요가 선생님은 갸우뚱 거리며 출석부를 본다. 당연히 나를 기억할 리 없다.
“어? 지금 신규 등록자는 수업을 들을 수 없고요, 다음 주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아… 그게 아니고요, 제가 잠깐 어디 좀 다녀와서 등록하고 3주 동안 못 나왔어요.”
“죄송합니다.”
“아…. 꽤 오랫동안 빠지셨네요. 그럼.. ”
(그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느. 무.. 창피하다….
오랜만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더니 사지가 뒤틀리듯 아프다. 고관절 쪽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앉아야 하는데 그게 지금 될 리가 없다. 어거지로 힘을 주고 앉아 있으니 고문을 받는 것처럼 다리 뒤, 고관절 양 옆, 발 뒤꿈치, 허리, 등 쪽. 이렇게 온몸이 아프다. 나이 들어서 '내가 지금 무얼 하나' 이 생각도 잠깐 들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손을 뻗어 왼쪽, 오른쪽으로 선생님이 시키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엄지발가락에 손가락을 온갖 용을 써서 간신히 걸었다. 헉헉 거리다 튕기듯 다시 용수철처럼 상체가 올라 와 버렸다. 맘대로 될 리가 없지.
다리 뒤쪽에 있는 신경계까지 당기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척주 중앙 부분까지 전율이 느껴진다. 5초도 못 버티겠다. 숨을 짧게 나누어 내뱉어 본다. 이때는 여러 운동을 하면서 배운 호흡이 도움 된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숙이기 힘들다. 이 와중에 뱃살이 사이에 끼어서 더 이상 숙여 지지도 않는다. 아..... 증말....
요가를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 해져야 하는데 그와 반대로 못마땅한 내 모습에 짜증이 밀려온다. 자제하지 못하고 마구 먹은 바게트 빵과 치즈가 원망스럽다.
하필, 이 와중에,
‘자,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을 굽히세요.
'어허이~~ 이거 뱃살이 나오면 이 동작이 안 되는 거예요.'
'자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으면서 좀 더 숙여요.'
'그리고 머리를 무릎에 붙이려고 노력핫~셋~요.'
(그만의 특유 악센트다)
선생님!! 저도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좌절. 짜증. 속상함. 미련함. 이 감정들이 마구 뒤엉켜 결국 우울해졌다. 입은 쭈뼛 나와버렸다. 속상함이다. 여행 가기 전, 겨우 아주 조금 유연하게 만들었던 몸이 다시 고체 덩어리처럼 단단 해졌다. 해파리 같은 연체동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했다. 미쳐가고 있는 중임이 틀림없다. (나의 성향이 보이시나요? 미치면 불도저가 되는 사람. 바로 저입니다. 그래서 항상 기진맥진, 빨리 후다닥, 겁도 욕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제가 중년이라니.. 흑... 안 믿겨!!)
오랜만에 한 요가 덕분에 몸은 개운했다. 이 남자 요가 선생님은 참 신기하다. 무얼 시키는데, 그걸 제대로만 따라 하면 체형이 저절로 교정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한숨이 나왔다. 긴 한숨에 이어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무거운 한숨이다. 하늘은 청정하다 못해 새파랗다. 하늘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는 순간의 나를 인식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나를 잡았다. 마음 그놈을 낚았다. 알아차림 시간이다. 속상한 것도 알겠고, 짜증 난 것도 알겠는데, 근본은 조급함 이다. '욕심'이 바탕에 깔린 감정.
살도 빨리 빼고 싶고, 몸도 폴더폰처럼 빨리 접고 싶고, 고무줄처럼 두 다리도 쫘~악 찢고 싶고, 틀어진 골반, 등줄기, 어깨도 바른 위치에 돌려놓고 싶은 욕심과 조급함.
실컷 여행 다녀오고 고작 3번 요가 수업을 참가하고서는 이렇게 바라는 뻔뻔한 마음을 보고 있자니, 황당한 웃음이 ‘하하하’고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역시 난 단순해.
난 나에게
‘ 네 자신을 알라’
라는 소크라테스 말을 해주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노력은 할 것 같다. 그리고 꿈이 생길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몸과, 마음이 일체가 되는 요가 수련이 궁금해졌다.
어 이거 요가 매력 있네?
by Choi.
Ps. 도데체, 이 아줌마 요가 언제 하냐고요? 곧 합니다. 곧. 좀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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