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동 떨림 요가

내 다리가 아닌 '남의 다리'

by Choi

찌질한 요가녀

매일 가고자 했던 굳은 결심은 이리저리 아픈 근육통 때문에 또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한주는 3회, 한주는 2회로 조절했다.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의 몸에 맞게 우선은 부상 없이 시작하자고 마음속으로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나를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줄에서 유연하게 몸을 접었다 펴고, 다리를 가볍게 들었다 놓는 요가녀를 보면 부러웠다. 그녀는 요가도 하고, 수영도 한다.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자세로 항상 맨 앞줄에 앉아서 요가를 한다. 요가반 리더처럼 반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도대체 저 체력과 유연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밝은 에너지가 넘쳐났다.


매 시간 제대로 된 동작하나 따라 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뒤에서 그녀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코앞이 요가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허겁지겁 시간 맞춰 수업에 들어가서 빈자리에 대충 앉아 급하게 요가를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찌질함 그 자체였다.


마음먹고 다음날부터 10분 일찍 나왔다. 요가녀는 그 시간보다도 훠~얼씬 일찍 와서 매트를 깔고 창문을 열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연히 그녀와 대화가 시작되었다. 요가녀와 대화라니...


'이번에 처음 오셨나 봐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아~ 네. 이전에 다른 곳에서 쬐~~끔 하다가 시간과 거리가 멀어서 옮기게 되었어요.'
(조금이란 말보다 더 강한 '쬐금' 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녀한테 난 왕 왕초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매일반이죠?'
'그렇긴 한데... 근육통이 많이 심해서 매일 못하고 있어요.'
'어머, 많이 아프세요? 저도 처음에 그랬었는데, 그거 빨리 풀어야 해요.
혹시 집에 폼플러 있으세요?'


'아.. 아니요.'
'이거 여기 학원 건데 어디가 아프세요?, 제가 알려 드릴게요.'


그녀는 얼굴만큼이나 밝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무릎을 꿇고 발목과 허벅지 뒤 사이에 끼워 넣은 뒤 살짝살짝 눌러 주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폼플러 90Cm 길이가 어깨까지 뭉친 근육을 편안히 풀 수 있다고 조언도 해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는 요가가 끝난 뒤 바로 수영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접형 팔 돌리기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늦었지만 인생을 시작하기로 함.


인생이 끝날까 봐 두려워하지 마라.
인생이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두려워하라.
- 그레이스 한센-


난 다시 한번 나 자신이 못내 못나보였다. 그녀보다 요가를 못해서도 아니고, 그녀보다 수영을 못해서도 아니고, 그녀보다 체력이 떨어져서도 아니었다. 그녀와 비교해서 나온 회의가 아니었다. 내 삶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우울함이 내 삶을 삼키도록 허락한 나의 무지가 야속했다. '나도 좀 덜 아팠다면 요가녀처럼 삶을 역동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흘러가는 마음이었다.


또, 왜 난 이제야 이런 삶을 알게 되었는지, 먹구름이 거둬진 삶이 이토록 평범하고 아름다운지 그동안 몰랐음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 삶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나 자신이 가진 그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오기 위해 오랫동안 싸우다 지치고, 다시 일어나 또 싸우다 지치고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평범한 일상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여력 밖에 없었다. 우울함을 아이에게 대물림할 수 없다는 일념하나로 버티고 나와 싸웠다.


마음의 우울한 습관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그 깊고 어두운 우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지금 난 나의 50대와 60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늙음을 준비 중이고, 죽음을 준비 중이다. 아프고 병든 사람, 늙어서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사람만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지금부터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어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온전한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그 길 한가운데서 만난 운동이 '요가'이다.


다리가 남의 다리


어느새 선생님이 오셨다. 오늘은 나이* 검정 바지를 입고 오셨다. 잠깐의 깊은 생각은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사라졌다.


"다리를 벌리세요."
"오른 다리를 접으세요."


"팔을 위로 쭉 뻗으세요. "


그의 특유의 엑센트와 말투로, 준비 동작이 시작되었다.


말랑 말랑한 두부 한모처럼 퍼져 있던 몸은 이 준비동작조차도 따라 하기 힘이 들었다. 너무 신나게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다. 몸은 정직했다.


야속한 내 몸뚱이여~~~~~~


온몸이 경직되어 양 골반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자세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자세라며 몸은 나에게 아우성을 친다. 거친 호흡이 퍼져 나온다. 고관절이 아프다. 다리를 접고 앞으로 옮기고 싶다. 식은땀이 흐른다.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어 본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진정시킨다.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함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어차피 하기로 한 요가, 참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는 거 너도 잘 알지?. 그러니 버텨!'
‘우선, 허리를 펴야 해. 팔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우선 허리라도 펴고 앉는 연습부터 하자. 척추를 세워!'

'할 수 있어.’


처음으로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 운동이니만큼 몸과 나의 대화는 신중했다. 앞서가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갈고리고 낚아채듯 훅훅 낚아 잠재운다. 고요한 바다 위에 조각배 하나가 파도에 몸을 실어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요가에 임한다.


현기증이 날 만큼 호흡이 가파르다. 거칠게 내쉬어진다. 앞, 옆사람에게 미안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숨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난 계속해서 양 골반에 쪼여 오는 통증을 어루만지며 고통을 들여다본다. 생각일 뿐이라고 혼자 외쳐도 본다. 그러다 순간 찰나에 '당김'을 잠깐 느껴 보았다. 그야말로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이었다. 통증은 그대로 있지만 당김이란 느낌에 집중하는 순간 통증이 멈칫했다. 아직 그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아.. 정말 아. 프. 다.
(홀로 생각했다. 이건 고문이야, 고문...)


그 와중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껏해야 2~3분 지났을 텐데 나의 체감온도는 10분을 넘었다.


“허리를 펴고 발바닥 뒤꿈치에 두 손을 감싸고 다리를 쭈~~~~ 욱 펴세요.
"자! 무릎을 피란 마리예요~”


나의 뒷무릎은 나에게 고통을 호소한다. 이 동작은 나에게 무리다.


‘지금은 안돼. 꿈도 꾸지 마. 하지만 허리는 펴야 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허리는 펴 야해.'
'균형부터 잡아.'

나의 몸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코어인지, 엉덩인지, 골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중심을 잡아 무릎은 겨우 핀상태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태로 폈다. 하지만 두 손은 발 뒷꿈지가 아닌 허벅지 아래에 받쳤다. 여기 까지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래도 괜찮다. 분명 언젠간 '된다'는 믿음이 어디서부터 나왔다. 잘 모르겠으나 강한 믿음이 있었다.


엄지발가락에서부터 무릎뒤쪽까지 신경이 당기는 느낌이다. 무섭다. 고관절도 아프고 코어에 힘을 주고 있으니 숨도 가파르다. 엉치뼈는 멍든 것처럼 묵직하니 기름칠이 필요한 목각 인형 같다. 힘들게 위로 펴고 있는 다리는 지칠 대로 지쳐 후들후들 덜덜덜 부르르르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 진동처럼 떨린다. 나의 상태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그 사내얼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관세음보살'이 아니고 '관셈보쌀'


견딜 수 없는 통증과 아픔. 무릎옆쪽 근육도 당긴다. 별에 별 곳이 다 아프다. 몸이 늘어나는 것이라 믿고 싶다. 이젠 앞이 노랗다. 정말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나의 마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속으로 ‘관셈보쌀’만 수십 번 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혼자 빵 터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정신줄이 나간 걸까? '관세음보살'이 아니고 '관쎔보쌀'?. 이거 뭐지? 종교의 힘이 이럴 때 이렇게 발휘하다니. 얼마나 급박하고 절박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머리는 ‘관셈보쌀’을 수십 번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다. 호흡은 호흡대로 '후, 후, 후' 짧게 내뱉고 있었다.


헌데 무의식의 힘이 이 정도로 큰 줄 처음으로 몸소 경험을 한 것 같다. 요가하다 말고 '관세음보살'이라니...


온몸은 땀으로 범벅한 채로 머릿속에서는 ‘관셈보쌀’을 외치고 호흡은 요란하게 내뿜으며 어떻게든 쪼그라든 근육을 늘려 보자는 이 아줌마의 필살기가 느껴지는가?


떨리는 다리는 말 그대로 '남의 다리'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스트레칭 동작을 하는데 다리는 홀로 움직이지를 못했다. 두 팔로 남의 다리를 들어 앞으로 내려놓듯이 살며시 내려놓았다.


남의 다리 느낌 혹시 아시나요???


다리가 여전히 제 멋대로 덜덜 거린다. 무릎옆쪽, 뒤쪽 근육이 땅긴다. 엉치뼈에서 등 쪽 까지 신경계가 당겨지는 느낌이다.


드디어 수업이 끝이 났다.


50분 수업인데, 한 5시간 동안 요가를 한 것 같다.


집에 가야 하는데...

약국까지 걸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절뚝절뚝 절름발이가 되었다. 5분에서 7분 거리 집이 이토록 먼 거리 인지 새삼 깨달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수건으로 다리를 감쌌다. 바로 쿠팡으로 종류별 파스를 대거 주문했다. 그렇다. 나처럼 단단한 고체몸을 가진 사람이 요가를 처음 수련하는 데 있어 필수품은 요가 메트도, 요가 복도 아니었다. 핫찜질팩과, 이브프루펜, 그리고 파스다. 근육 크림(일명 박찬호 크림)도 주문했다.


요가녀가 알려준 폼플러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종류가 꽤 많았다. 초보자용 EVA, 91센트 민트색을 주문했다. 유튜브의 채널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고통의 소리를 맘껏 '아~~ 아아아악~~'지르며 매일 열심히 문지르며 굴렸다.



주말인데도 여전히 아프다.

내 몸뚱이는 반항하기 시작했다. 어디 한 곳이 아픈 게 아니라 각 부위별로 아주 명확하게 아프다.


‘아.. 아.. 아… ‘
‘왜 그래? ‘
‘아. 요가하고 왔는데 좀 아파.’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운동을 하면 개운하고 아픈 곳이 덜 아파야 되는 거 아니야?
‘어찌 너는 종일 끙끙 앓는 소리만 들리냐?’


주말 그가 나에게 한 말이다.


호흡과 나의 만남


요가를 시작하면서 불편하고 힘든 느낌에 집중할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다치는 거 아니겠지?'
'신경에 무리가 가나?'
'원래 이렇게 아픈 건가?'


하지만 호흡이 지나갈 때마다 나는 안정감을 찾았다. 나의 몸을 느끼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 달라지는 몸을 차차 느끼고 있다. 몸의 자세를 천천히 바꿀 때마다 아팠던 통증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통증이 곧이어 찾아왔다.


마치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호흡은 나와 내 몸을 이어주는 통로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거친 호흡, 깊은 호흡, 안도의 한숨이 한데 섞여 나오면서 요가라는 매력에 한 발 짝 더 데려가는 것 같다.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힘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난 허벅지와 무릎안쪽에 대문짝만큼 큰 '핫 파스'를 붙이고 잠이 들었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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