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전업은 요가 선생님이 아니었다.

20년 넘도록 꾸준한 요가를 지도해 준 콧수염난 선생님

by Choi


"어우 괜찮았어요?"

"전 마사지 건으로 종아리를 계속 문질렀는데 여전히 아파~. 너무 아파아아~~. 어때요?"


요가교실에 들어 서자 마자 요가녀가 묻는다. 이젠 요가녀와 대화도 서스름 없이 주고받는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인간관계다.


우리가 이토록 아픈 이유는 전번 시간에 선생님이 요상한 운동을 많이 시켰기 때문이다. 애매한 요가라고 조차 할 수 없는 운동이었다. 즉 요가가 아닌 알 수 없는 국민체조와 제자리 뜀박질, 발꿈치로 서기, 앞꿈치로 서기, 한 다리로 눈감고 균형 잡기, 다리는 크로스, 팔은 허리 어깨 머리 터치하기 등 별의별 웃지 못할 유산소 운동을 강제로 시켰다.


체온을 1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가 체온 1도를 올리면 면역력이 15~30프로 이상 증가 한다는 논문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20분 동안 알 수 없는 유산소 운동을 했다. 1도가 아니라 50도 이상 높인 것 같다. 숨이 턱 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지금 다들 아프다.


"아. 저는 종아리는 당연하고요 허벅지도 여전히 아파요."


곧이어 우리 대화를 엿들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덩달아 날 리가 났다.


"자기들이 아프니 우리는 오죽하겠어?"

"아으~~ 어깨는 안 아파? 팔도 아파 우리는~~~"


서로서로 어디가 더 많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픈지 '아픈 배틀'을 했다. 그러다 다른 곳은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이어졌다. 조용한 요가교실에서 유난히 그녀들의 목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아줌마들 목소리는 왜 항상 클까? 호탕하게 '하하하하' 웃는 소리도 섞여 들렸다. 누가 더 많이 아픈지에 이어 요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녀들이 아픈 곳은 요가를 해서라기보다 노년과 가까워지면서 함께 오는 통증도 있었다. 허리와 무릎 발목 어깨 등 구석구석 아픈 곳이 많았다. 늙어 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조금씩 죽어간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나의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몸뚱이는 자기가 가야 할 곳을 향해 묵묵히 세월 따라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 몸 따로 마음 따로 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사진출처 : 핀트러스트


난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다리를 쭉 폈다가 엉덩이를 뒤로 쭉 밀었다가 하면서 몸을 풀었다. 그녀들 수다 중 급 요가선생님 뒷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졌다. 궁금했다. 큰 목소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들렸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첫날 그의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콧수염을 장착하고 칙칙한 3줄 검정 운동복을 입고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그분. 나이는 중년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이시는데 몸은 호리호리하니 유연한 요가몸. 최근에는 종종 정리 정돈 잘된 머리를 하고서 츄리닝에 구두와 코트를 입고 나타난다.


생각해 보니 날씨가 쌀쌀해지고 나서부터 항상 정장 재킷을 츄리닝 위에 입고 오셨다.

'의문일세 의문~. '

'이 요가 선생님은 분명 요가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까지만 해보았다. 그러다 말았다.


수업자체가 체형교정에 많이 집중이 되어 있다. 만족 그 자체였다. 이런 분께 애매한 요가를 배울 수 있어 그저 감사했다. 아니 매일 등록할 만큼 좋았다. 골반도 많이 교정되었고 항상 아팠던 등줄기 쪽도 점점 덜 아팠다. 허벅지 뒤쪽 당김과 햄스트링 쪽 통증이 없으면 그날 하루는 허전한 하루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아줌마들 사이에서 선생님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선생님 말을 자꾸 거꾸로 알아들어."

"뒤꿈치를 올리라는데 내리고 반대로 앞쪽을 올리고 있어."

그러자 너도 나도 다 한결같이,

"맞아, 선생님 동작설명이 너무 헷갈려. 오른발인지, 왼발인지"

"그러다 우리가 못 알아들으면 막~~ 목소리가 높아져 하하하"

다들 격하게 동조했다. 한바탕 호탕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막 튀어나왔다.


선생님의 어눌한 설명이 오히려 수업에 활력이 되었다. 특이한 말투와 애원하듯 '좀 제대로 해봐 봐~'라는 그의 단골 말투를 우리는 좋아했다.

그러다 옆에 안경 낀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지식이 남달라. 공부를 많이 하신 분 같아. 신체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어유, 몰랐어요? 선생님 여기 스포츠 센터 초창기 멤버예요, 20년 다 됐어"

"응 , 맞아, 중학교 다니던 우리 딸이 지금 대학생 됐어"


빈 매트만 덩그러니 깔아져 있는 두 곳을 가리키며

"저기 두 할머니는 선생님과 20년 동안 요가 하고 있잖아."


왼쪽 맨 앞 두 자리는 항상 비워져 있었다. 아무리 일찍 오더라도 어느 누구 한 사람 그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 그리고 매번 그 두 분의 할머니가 그 자리에 앉았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네??? 정말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서 20년 넘게 요가 강의 한거에요?"

“저기 할머니 두 분도 20년 동안 요가 했다구요? ”

"응~ 자기 몰랐구나~ 새로와서 그래~"


20년째 요가 중인 할머니 1호와 2호가 들어왔다.

우리의 궁금증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선생님 대학교에서 강의해~, 교수님 야~~"

" 박사야 박사~"

"요가 자격증 따고 여기서 아침만 하고 학교에 애들 갈치러 가는 거야~."


"네?"


'아니 도대체 이 요가 중년 남자 선생님의 정체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이 애매했고, 가르치는 것도 애매한 요가를 가르치시더니 이젠 대학교 재활의학센터 교수님이라고 한다. 아마도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종종 설명하실 때 논문 이야기를 했구나.


그만의 독특한 패션: 츄리닝에 구두 그리고 정장 재킷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는 멋진 체크무늬 롱 코트와 구두를 벗었다. 코트 안에서는 언제나처럼 츄리닝이 나왔다. 오늘의 츄리닝은 나이*다. 머리는 역시나 산발이다.


다들 "크크 히히 키득키득" 거렸다. 40대 50대 60대가 공존하는 여고생 교실 같았다.


"자. 다리를 벌리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다시금 '후후후' 거친 호흡을 뱉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코' 하며 균형을 못 잡아 털썩 주저앉는 소리도 들린다.


나?

난 여전히 다리 뒤쪽이 울고 싶을 만큼 당긴다. 엉덩이뼈 쪽 통증은 운전할 때만 유독 아프다. 울면서 운전 중이다.

한 달이 흘렀고 난 다시 매일반을 등록했다. 자연스럽게 등록했다. 요가녀들과 인사도 대화도 주고받는다. 선생님과도 친해졌다. 어정쩡하게 걸어 들어와 옆사람에게 저분이 요가 선생님인지 물었던 적이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두 달째다. 함께 요가하는 그녀들은 최소 1년 이상되었다.


나 역시 어쩌면 이 운동 저 운동 찔끔찔끔 찍 접대는 버릇을 이참에 싹 뜯어고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요가가 좋아졌다.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애매한 요가가 좋다. 덤으로 함께 운동하는 요가녀들도 열정적이다. 그녀들로부터 매일 나가야 한다는 자극도 받는다.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몸을 일으켜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좋은 신호다. 나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그 대단한걸 한 달이나 했다.


오늘도 역시 그녀들은 수업 후 한 마디씩 건네며 옷을 입었다.


" 신통해, 신통해~어쩜 그렇게 우리가 불편한 곳을 콕 집어 운동을 시키는 거야?"

" 허~참, 잘해, 잘해."


"아휴~ 어깨가 다 시원하네~"


난 그냥 씩 웃었다. 그녀들 사이에 나도 함께 요가녀로 녹아들고 있다. 하루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는 그들 사이에 나도 함께 있다. 더 이상 우울함이 온몸을 가득 채우지 않은 한 인간으로 말이다. 당연히 몸을 일으키기 힘들고 운동을 하는 도중 온몸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게 무슨 신호 인지, 어떤 증상인지 안다.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더 아프다는 것도 안다.


앞을 보고, 옆을 보고, 그녀들을 보면서 난 기어코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오늘을 산다.


오늘도 해냈다.


"I got today.!"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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