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요가'가 되는 날까지 요가가 하고 싶어요.
<대문사진: pintrest>
대형 스포츠 센터 요가 수업.(차를 타는 이동거리)
5월) 일주일에 2번 등록 _ 한 번도 채 못 가는 날이 더 많았음
6월) 일주일에 2번 등록 _ 한 달 동안 2번 다녀왔음/ 왜 등록했을까???
7월) 일주일에 2번 등록 _ 가는 날 반, 못 가는 날 반/결국 4번 정도 출석
동네 소규모 스포츠 센터로 이동.(역시 '접근성이 갑' 임을 피부로 체험 중)
8월) 줌바등록
9월) 줌바 등록/ 요가 등록 _줌바 (월, 수)/요가(화, 목)
타이어를 두른 배, 맞닿는 허벅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 불안증 재발
두종목을 동시에 등록.
추진력은 언제나 나의 장점. 일단 시작하고 보는 아줌마~~!
10월) 남자 요가 선생님수강_ 일주일에 3번 등록
11월) 선생님 권유로 매일반 등록 _ 그러나 자체 휴강 하는 날이 더 많음. 한주는 3번. 한주는 4번 (생리적 요인과 몸살기운 동반. 매일반 실패)
12월) 다시 매일반 등록 - 현재까지 매일 나갔음.
줌바수업을 겨우 찾아서 등록했으나 더운 오후 시간대였다. 1년 남짓 퍼져있던 몸은 파워풀한 줌바를 더 이상 좇아가지 못했다. 더운 날씨에 많은 땀 배출은 잦은 편도염을 불러왔다. 체력이 바닥났다. (병원 다니고 약 먹고 쉬는 날이 더 많아짐) 이리저리 격하게 흔들다 골반도 더 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오전에 처음 만난 '중년 남자 요가선생님' 수업을 접하고 홀딱 반했다.
추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요가라고 부르기 애매했던 이유는 '고령 노년층을 대상으로 재활을 접목한 요가'였기 때문이다. 자세교정이 주로 수업 목적이었다. 근력과 균형감각을 위해 알 수 없는 운동도 겸하고 있다. 예를 들면 눈감고 한발 들고 30초 버티기. 발을 수직으로 놓고 앞뒤 허리 돌리며 균형 잡기. 크로스핏으로 뜀박질하기. 별의별 운동을 다 하고 있음.
현 몸상태 (격하게 초보요린이 길을 걷고 있는 중)
일단 1년 넘게 요가를 하고 있는 '요가녀' 들보단 많이 아픈 편이다. 진짜 아픔.
폼플러로 몸을 매일매일 풀어야 한다.
왼쪽 뒷다리 햄스트링이 심하게 뭉쳐 있어 허리조차 잘 못 굽히는 상태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마사지 볼을 이용해 틈틈히 풀고 있다.
한 번만에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계획을 잡고 큰 대형 스포츠 센터에 등록을 했던 요가보다, 아이 방학과 맞물리면서 집 근처 스포츠 센터에 등록한 줌바와 요가가 인연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중년 남자 선생님과 어쭙잖은 요가를 시작게 되었다. 참 요란하게도 시작했다.
그 요가를 오늘도 난 다녀왔다.
한국에서 필라테스, 헬스, 줌바, 라인댄스등을 시도하며 '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확히 6개월이 걸렸다. 한 가지를 정말 마음먹고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쉽게 단번에 몸이 따라 주지 못했다.
이건 뭐~ 거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숫자. 요가 기록을 작성한 이유는 올해 들어 내가 제일 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나를 위한 밀도 높은 성취감과 만족감은 처음인 것 같다.
어떤 만족감이냐면 말이지~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가 처음 단맛(우유아이스크림, 꿀)을 접한 뒤 충격을 머금은 딱 그 순간과 지금 나의 상황이 일치할 것 같다.
갓 돌지난 아이가 단맛 충격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왜 이런 걸 이제야 맛보게 해 준 거야, 엄마?'
갓 중년 막바지에 들어선 나
'왜 난 이제야(중년막바지) 요가를 맛보게 되었을까?'
아쉬움이 섞여 있지만 행복과 성취감이 섞인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루하루를 마감하는 날 '난 오늘도 요가를 다녀왔다'는 쾌재.
누가 하라 해서도 아니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날씬하고 잘빠진 몸매를 원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하고 싶었다. 공부 말고, 집안일 말고, 아이 뒷바라지 말고, '해야만 한다'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 그저 '그냥' 해보고 싶었다. 그 어느 누구의 참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었기 때문에 시작은 가벼웠다.
'하다 아님 말고'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거 해보자'가 되었고 이젠 '하고 싶다'가 되었다.
이른 오전 단 '50분'- 명상과 기도, 108배도 좋지만 요가와 함께한 '하루 첫 시작 50분'은 이상한 '힘'이 있었다. 미라클 모닝보다 더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란 생명체를 움직일 정도의 '힘'이었다. 분명 단언컨대 20년 넘도록 한자리를 지킨 선생님과, 아침마다 요가를 매일 하고 있는 그녀들도 나에게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우선 타이트한 레깅스와 탑으로 몸을 깨웠다. 흐물흐물 퍼져 집에만 있고 싶은 마음을 못 본 척했다. 세수는 하는 날도 있고 건너뛰는 날도 있다. 양치는 꼭 한다. 그리고 무조건 크록스나 운동화를 신었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갔다.
생각을 접었다.
어떤 생각들? 이런 생각들
'아 자고 싶어'
'5분만, 10분만 더 누워있고 싶어'
'너무 당기는데 오늘은 쉴까?'
'그래 운동도 쉬어 가며 해야 해'
'힘줄과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도서관 책도 반납해야 하는데'
'마트도 가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etc...... '
긴 실타래처럼 꼬리를 무는 생각과 핑계는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다. 매일 아침 잘랐다.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집 밖을 나갔다. 마치 회사 가는 사람처럼.
비 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은 감성에 푹 젖어서,
해가 강력한 날에는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은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난 문고리를 열고서 밖을 나갔다.
그리고 어쭙잖은 요가를 했다.
'매일 요가' 100일째 되는 날에는 계란과 파를 숑숑 뿌려 넣은 '라면'을 홀로 끓여 먹을 생각이다. 왜 하필 '라면'이냐고? 라면을 좋아하니까!! 당당하게 먹고 싶어서~
현 나의 몸 상태는 10월 보다 통증은 줄었다. 허나 새로운 동작을 하나씩 늘려 갈 때마다 뜻밖의 통증과 마주하고 있다.
통증 자체가 고통스러워 눈물이 고인 적은 없었다. 11월 어느 날 '이 자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다. 있는 힘을 다해 호흡을 내뱉으며 용을 쓰고 있는데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누가 볼세라 후딱 소매로 닦았다. 다시 뚝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곧 멈추었다.
순간이었다. '이깟 통증은 내가 아팠던 거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몸에 힘을 빼고 다리를 더 벌렸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찢은 뒤 이마를 바닥 쪽으로 서서히 내렸다. 이마가 4초가량 바닥에 머물렀다. 그 4초 동안 벌리고 있는 두 다리는 달달 떨렸고 엄지발 쪽 신경까지 당겼다.
어쩜 너무 아파서 나온 눈물일 수도 있다. 그냥 울컥했다. 마치 이 동작하나만이라도 완성된다면 아니 흉내라도 내어 맛이라도 본다면 그동안 어리석게 감정놀음에 놀아난 나의 지나간 시간이 조금은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생각을 보았고 그 생각을 멈추었다.
다시 몸에 집중을 했다. 골반에서부터 허벅다리 뒷 근육이 밖으로 당겨 나가면서 무릎 뒤쪽과 엄지발가락 그리고 척추 쪽으로 찌릿한 통증이 전달되어 왔다. 통증이 무서웠다. 아플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양다리 사타구니 고관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잠깐 스쳐간 생각뒤 몸에 힘을 놓아버렸다. 힘을 풀었더니 근육의 당김을 순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기했다. 마치 맞물려 있던 고리들이 하나하나 느슨해지면서 풀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햄스트링과 힘줄이 심하게 다시 뭉쳐 풀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은 10초 이상 버터야 한다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는 겨우 3초만 버티다 윗 몸을 일으켰다. 이번엔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집까지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난 '헤헤' 웃고 있었다.
통증은 더 이상 글로 표현할 수 없다. 계단을 오를 때 난간을 잡아야 할 만큼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헤죽헤죽' 웃고 있다. 성취감이다. 만족감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좋다.
처음이다. 머리 털나고 처음이다. 말도 안 돼!!!!
'다리를 벌리고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고~~~ 나 했다고!! 4초든 3초든 우선 맛을 봤다고~' 홀로 속으로 외쳤다.
이 맛은 단맛, 쓴맛, 매운맛이 다 들어간 맛이다. 단짠 맛보다 더한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탕후르츠 저리 가라다! 이렇게 조금조금씩 동작이 하나하나 이루어진다면 요가에 중독되고 싶다.
절뚝거리면서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지만 '성취감'을 느낀 게 아니라 '성취맛'을 보았다.
이런 게 '해냈다'라는 거구나. 1,2분 동안 그 자세로 머물기 위해서 아마 앞으로 6개월 이상은 더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1년이 걸려도 괜찮다.
이 맛으로 매일 갈 수 있는 원동력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내가 만든 원동력이다. 눈물을 머금고 만든 원동력.
왼쪽 다리가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풀렸으면 좋겠지만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곰 같은 남편이 퇴근길 부엌에서 제육볶음을 뒤적이고 있는 나에게 물어본다.
"오늘도 요가 다녀왔어?"
" 응!!!!"
"오오~~~"
뭐든 '쉽게 시작하고 시작할 때 보다 더 욱 쉽게 그만두는 날' 신기하듯 쳐다본다.
무언가 '하고 싶다'라는 그 마음을 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만났다. 지금은 '하고 싶다'라는 원하는 마음에 요가를 매일 가고 있지만 곧 그 욕망마저도 사라져 요가가 나의 삶에 일부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삶에 일부라 함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아침에 눈 뜨면 그 어떤 생각도, 마음도, 기분도 없이 그저 '하는 요가'를 하고 싶다.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