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요가선생님이 말했다.
에이스야~ 에이스~
오늘 컨디션 좋아!!
"하나라도 되는 게 있어 천만다행이야."
라고 요가 선생님이 말했다.
누구한테?
나한테!!!
어쩌자고 그 동작이 되었을까?
어떡하다 이틀 동안 '에이스'소리까지 듣다니... 그러고 보니 요가 동작중 체형에 따라 잘되는 동작이 있다고했는데 설마 그 동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수가 있다'
라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날이다.
이런 게 성취감이구나.
이런 게 자신감이구나.
이런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살아있다는 느낌...
내가 존재 하고 있다는 느낌..
어쩌다 매일 보는 요가녀들과 정이 뿜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전 그림을 배울 때도 그랬다. 학교 밖 유화 그리기 취미반에서 만난 우리의 우정은 딱풀보다 더 끈끈했다.
호찌민에서 줌바와 필라테스를 할 때도 그랬다. 유달리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몸을 움직이는 취미로 엮어진 그들과 항상 차를 마시고 홈파티에도 꼬박꼬밖 참석했다. 신기하게도 취미로 연결된 사람들과는 관계가 좀 더 친밀하게 형성되는 것 같다.
지금 요가 듣는 수업에서도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묻는다. 행여 하루라도 빠지면 부담스러울 만큼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서로서로 응원하며 그냥 눈뜨면 남편 출근 시키고 아이 등교 시킨 다음, 무조건 요가하러 오라고 한다. 그분들이 해보니 좋다며 나에게 요가를 꾸준히 하라고 적극 권한다.
뭐 여하튼, 요즘 매일요가, 12월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무조건 갔다. 눈이 오는 날에는 부츠를 신고 꽁꽁 얼은 도로 위를 어기정 어기정 걸어갔다. 부모님이 오신 날에도 아침에 다녀왔다. 그리고 역까지 모셔 드렸다. 그냥 묵묵히 아무 생각 없이 다녀왔다. 방학한 아이는 아침 늦잠을 꿀잠처럼 잔다. 아침밥은 주먹밥, 삼각김밥, 샌드위치, 계란 삶기 등 간단한 것을 준비해 놓고 다녀온다.
이날도 여느 날처럼 피곤했다. 선생님 특유의 새마을 운동 운율에 맞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특히 호호 아주머니는 남편분과 함께 요가를 듣는데 우리 요가반 분위기 메이커다. 요가를 하다 동작이 되지 않으면 스스럼없이 큰 목소리로
"아니~ 이거 엉덩이가 무거워서 안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아이~이거 우리는 팔힘이 없어서 힘들어요~ 선생님"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거침없이 의견을 던진다.
그럼 선생님은
"아이~ 그 시기 아니라니깐, 배에 힘을 줘, 그리고 균형을 잡고 올려~ 다리를 뻗어~"
"맨날 팔힘 이래~. 팔힘이 아니라니까~."
하며 답답해한다.
그리고 더 열심히 시범을 보여 준다. 빨리 해보라고 채 촉한다. 두 분의 캐미가 잼난다.
조용할 때도 있지만 힘든 동작을 하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이런 캐미가 툭 하고 튀어나오며 좀 덜 힘들다. 웃다가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다.
헌데 이날, 어깨 부분이 베베 잘 꼬인다. 어라~ 신기하다. 이게 된다고? 나도 믿기지 않았다.
동작 이름은 잘 모르겠다. 우선 인터넷에 '요가동작 이름'을 찾아보니 '요가 실 꿰기 자세 변형중 한 다리 측면 뻗은 자세'라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 자세는 요가 자세가 아닌지 인터넷에서 도저히 못 찼겠다.
현재 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재활교육을 지도하는 전문가한테서 애매한 요가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 동작이 요가 동작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 배배 꼰 다음 어깨를 펴고 다리를 올리는 동작이 된다.
설명을 더 하자면, 실 꿰기 자세에서 위쪽 오픈된 어깨를 다시 뒤로 젖혀 손등이 바닥을 향하게 어깨를 뒤집어내려놓는다. 양 손등이 바닥을 향해 있다. 허리 아래는 꽈배기처럼 꼬인 상태다. 그다음 측면에 저 뻗은 다리를 다시 물구나무설 때처럼 위로 일자로 올리는 자세다. 그럼 꼬인 어깨와 목으로 지탱하고 선 다음 다리를 위로 뻗어 올리면 서서히 뒤로 자연스럽게 뒤집어지는 동작이다.
그게 그냥 된다. 왼쪽과 오른쪽 중 오른쪽 어깨가 더 잘 꼬인다. 자세도 더 안정적으로 잡힌다.
유일하게 나 혼자된다.
갑자기 요가 선생님이 흥분을 한다. 시선을 집중 한 몸에 받고서 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데 갑자기 선생님이
"어이쿠, 하나라도 되는 게 있어 참말 다행이야!"라고 외쳤다.
"빨리 다시 해봐~ 여기 보여주게"
"에이스네~ 숨은 에이스~하하하하"
전굴이 힘들고 뒷 허벅지가 여전히 당겨 다리 찢기가 잘 안 되는 나를 선생님이 항상 안타까워했다. 뻗뻗함의 극치를 매 시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다.
반대로 사실 나 스스로는 매우 만족 중이다. 다리도, 허리도 많이 세워졌다. 단지 선생님 입장에서 유연성이 워낙 떨어지는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호호 아주머니가 박수도 쳤다.
어쩌자고 베베 꽈배기처럼 꼬이다 풀어지는 동작이 된 건지 모르겠다. 순간 비보이 춤 동작 같다는 생각도 했다. 거꾸로 다리가 가위처럼 벌어지며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꼬였던 몸이 일자로 펴지는 동작이다.
선생님이 '에이스'라며 웃으면 반 농담을 던졌다. 신발을 신고 나오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정확히 중심을 잡고 한동안 거꾸로 서 있다 뒤집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배에 힘이 부족하다. 멈춰있는 시간이 10초 내외다.
바람이 찬 날씨다. 웅크린 어깨가 절로 펴진다. 머릿속이 환해졌다. 그날 저녁 아이와 남편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나 에이스 됐어'라고 자랑했다. 그 둘은 알 수 없는 표정이지만 엄마가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을 인지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성취감,
만족감,
온전함,
그리고
행복감
이 소소한 동작 하나로 마음이 꽉 차 버렸다.
조그마한 나가 좋다.
숙이고 더 숙이기를 희망한다...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하는 분들 옆에서 힘을 얻었다. 조용한 나를 선생님이 앞자리로 끌고 갔다. 앞에서 꼭 해야만 한다고 했다. 뒷자리 구석, 기둥 옆에서 숨은 듯이 하던 난 앞자리에서 베베꼬는 알 수 없는 동작을 하다 거꾸로 다리를 세워 '하나라도 되는 게 있어 다행이야'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요가 글 연재는 끝이 없을 것 같다.
어떡하지?
뭘 어째?
그냥 해!!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