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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킨 마음

새로운 나와 적응하기.

원더랜드 입성 과정 기록.

by Choi

흥겨운 비트와 활기찬 음악 그리고 경쾌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율동에 맞추어 거울 속의 나는 환희 웃고 있었다. 3년 만에 줌바 클래스를 다시 등록했다.


거울 속의 비친 나는 나 자신에게 외치고 있었다.


“ 이거야. 섞여서 앞으로 나아가면 돼. 잠시 정차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방법은 있어.”


“첫발을 내딛고 온몸으로 나를 받아들였다.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별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고 습관은 나의 삶에 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Pinterest-


만일 당신이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아픔은 그 일 자체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옵니다. 당신은 당장 그것을 무효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녀들을 오늘 처음 만났다.

필리핀에서 온 바블 (54세), 독일에서 온 가비 (55세), 미국에서 온 크리스틴(60세), 일본에서 온 마키코(39세). 금요일인 데다 오늘이 11월 20일이 스승의 날이다. 그래서 인원이 조금 적은 편이라고 알려 주었다.

특이하게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다.


사실 브런치에 연재 중인 마담 백서에 '국제 학교'에 관한 주제로 쓸 내용이 무척 다양하다 보니 쓰기가 싫었다.

딱딱한 주제와 건조한 내용.

직접 경험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합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적고 있지만 가끔은 두통이 밀려온다.

메마른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요즘 나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나의 관심사는 호르몬으로 인한 관절염과 옆구리 뱃살 증폭이다.


국제학교 커리큘럼 과정을 적다 만 페이지는 중간 어디쯤 영혼 없이 헤 메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깊고 적나란 국제학교 현실이 한국에 계시는 일반 부모들에게는 와 닿지가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뭐 그런 상태다. 그러던 중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여전하다.


1. 중년이 되고 호르몬으로 인한 뱃살 증폭 해결 방안. 두 세가지 운동을 섞어라.


골 관절염 통증과 통통해지고 있는 옆구리 살이 상당히 거슬린다. 식단을 조절하고 필라테스 운동 횟수를 더 늘렸지만 아랫배 상황과 사태는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이전엔 젊은 사람들 몸을 보고 마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환상과 착각에 허우적거리며 옆에서 함께 운동을 했지만 요 근래 나의 시선은 무조건 나이 드신 분들을 향해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한 가지 운동만을 하지 않고 두세 가지 운동을 섞어서 하고 있었다. 같은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영국인 그녀는 나에게 아쿠아 에어로빅과, 요가, 그리고 필라테스를 권했다. 호르몬 탓이라 더이상 한 가지 운동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3주의 시간이 걸렸고 비로소 오늘 에서야 줌바를 등록했다.


12월 초부터는 ‘Qigong’이라는 운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태극권과 비슷하면서도 몸의 균형과 호흡을 다루는 운동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아르헨티나에서 오신 코치님인데 원래 직업은 건축 디자이너라고 하신다.


2.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같은 또래와 어울리되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라.


유독 홀로 활동 하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학교 학부모 모임(항상 왕언니 대접을 받는다)조차도 기피하던 난 중년 아줌마들 사이에 섞여 줌바를 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스스로 어색해 함과 동시에 평온한 나를 발견했다. 학교 학부모 모임속에서 나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나 자신을 보았다. 학부모 모임후 항상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는 까스활명수를 필히 마셔야 했다. 하지만 오늘 여러 사람들과 한데 섞여 웃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곳이었나' 란 생각도 들었다.


줌바 운동 중 거울을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물처럼 흘러 지나갔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들은 나와 비슷한 과정을 이미 겪었거나 현재 진행 중이었다. 바블(54세)은 접혔다 활짝 펴지는 빨간 부채를 들고 대화중 두세 번은 부채를 부쳤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한번씩 얼굴로 올라 오는 열 홍조 때문임) 그녀들은 서로서로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식단부터 활동 시간. 운동 시간. 그리고 12월 3일 날 하얏트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뷔페 행사가 열리고 무제한 와인이 제공된다며 소소한 일상의 정보도 나누고 있었다.


더 이상 영어 공부가 어떠하고, 어디 수학 학원이 좋더라, 한글 공부를 빨리 시작해야만 한다 는 등의 대화가 아니었다. 치사하게 아랫집 윗집만 서로 서로 공유하는 과외 선생님이나 학원의 정보가 아니 었다. 자녀들은 이미 10학년에서 12학년 사이였고 그녀들은 그녀들만의 세상 속에 있었다. 원더랜드.

낯설었지만 따뜻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핫 랏떼,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음을 뽐내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꽃들은 천재지변이 있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한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임무를 찾아낸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에게 인내를 선물한다. 그 인내는 내가 몰입한 임무를 더 깊이 사랑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심연> -배철현




엘리스가 원더랜드에 다녀온 듯한 야릇한 기분.


그 원더 랜드는 앞으로 내가 갈 곳이고 속할 곳이다.


난 새로운 나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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