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울한 봄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올 때 대처법

by 수 안

매년 4월이 되면 계절성 우울증이 재발한다. 추워서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겨울이 아니라 유독 봄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겨울은 철저한 대비가 있었다. 뜨근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귤이나 딸기로 비타민을 보충하며 춥고 긴 밤도 잠을 자기에 불편함이 없다. 전기장판을 깔고 수면잠옷으로 무장하고 두툼하지만 가벼운 소재의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면 금세 노곤노곤해지면서 푹 잘 수 있다.

낮에는 정기적으로 진돗개 산책 알바를 했다. 함박눈이 내려 공원 내 새하얗게 된 풍경을 바라보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외로운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이 별거 아닌 일상에 진돗개는 늘 가는 곳만 고집하며 매번 똑같은 장소의 냄새를 맡고 좋아했었다. 겨울은 춥고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미션이 있어서 공허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곰처럼 잠을 많이 잘 수 있고 필요한 음식을 잘 먹어서 불안과 우울이 덜 했던 것 같다.


봄이 되니 온몸의 근육이 굳어진 게 티가 난다. 뻣뻣하고 통증이 있으며 걸을 때 발바닥도 아프다. 벚꽃이 만발한 4월 첫째 주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왔으나 요로결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몸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 아프지 않았어도 옛날부터 이상하게 봄만 되면 겨우내 제 할 일 잘하던 근육들이 삐끗하곤 했다. 추웠다 더웠다 하는 봄 날씨도 한몫하고 꼭 한 번은 감기를 앓고 지나가는데 몸이 완벽히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한듯 싶다.


봄이 되면 꼭 밤에 잠을 설친다. 잠들기 전에는 불안과 호흡곤란이 온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툭 내던져지는 안 좋은 옛 기억이나 미래 걱정도 올라오는데, 나는 이것을 몸에 대한 이상신호로 보고 있다. 뇌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구나 싶은 것이 좋지 않은 몸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이 기껏 근심걱정이라니 이것을 착하다고 해야 할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덧붙여 내 편도체의 과활성화도 한몫해서 별거아닌 상황에도 자기 마음대로 쓸데없이 알람을 켜대니 위중한 것처럼 착각할때가 있다. 그래서 뇌보다 차라리 몸을 더 믿는게 낫다.


나는 주의를 돌리기 위해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는다. 명상을 할 수 없지만 잠시 깊고 긴 호흡에 집중하면 생각이 사라지고 안정을 되찾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밤새 꿈만 잔뜩 꾸고 일어난다.

무의식에서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내면 깊숙이 눌러놓았던 것들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불교에서는 과거 행위가 마음 습관을 만든다는 업(KARMA)으로 보고 있다. 과거 행위는 외부로부터 경험된 것이다.


무의식이 밤새 보여주는 꿈은 억눌러놓은 분노와 슬픔이 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외부공격이 있었던가.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대로, 학창 시절이나 20대 30대의 꽃다운 젊은 시절에도 바깥세상을 해석하고 공격에 대비하고 맞추느라 얼마나 에너지를 썼던지 억눌러놓은 것들이 한가득이다.

몸이 안 좋다고 무의식 뇌가 팔닥팔닥 난리를 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나이가 드니 이제 좀 짠해진다.


"알았다고. 지금 몸상태 안 좋다고 말해주는 거지."


그다음 날은 하루 종일 눈물이 나고 우울하다. 이것도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것이다. 계절이 변하고 몸이 지쳐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계절성 우울증이다. 짧게는 며칠이지만 길게 지속될 경우 약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계절성 우울증에 대처방법은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이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아무 일이 없어도 불안과 우울은 나타난다. 먼저 몸이 필요한 음식을 먹거나 반대로 단식을 할 수 있고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신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린다. 우울한데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질 거라 여기면 안 된다. 먼저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갑자기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사람을 만나서 낮기억을 강화시키면 오히려 밤에 잠을 못 잔다. 몸에 주는 휴식과 영양분이 먼저다.


꿈은 불교에서 말하는 오래된 마음습관인 업(KARMA)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가 이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재창조한 것이 의식이다. 에고(자아)라고도 불리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는 경우가 있다. 단단히 정신줄을 붙들고 나를 잘 포장하여 능력 좋은 사회적 인간으로 나를 믿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저절로 힘을 잃고 내 안의 야생마가 튀어나와 적잖이 놀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아를 나로 믿고 살다 보면 배신감도 느낀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무의식의 힘을 믿고 달래야 한다.


나를 알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안의 몰랐던 것들을 뒤늦게 알아봐 주고 보듬어 주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불안과 우울에 잠식당하고 생각에 매몰되면 그것이 뇌의 신호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몸의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메시지로 보고 이것을 인지하는 순간 한발 물러나서 나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꿈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꿈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은 곧 나의 내면 모습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이 나왔다고 타인으로 치부해버리면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내 몸을 위해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진리이다.


관세음보살 견삭수 진언


<옴 기리나라 모나라 훔 바탁>


온갖 불안에서 안락을 원하는 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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