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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여전히 49:51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by
Jay
Dec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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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그런지 싱숭생숭하다.
이번 일 년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벌써 12월.
시간 참 정 없다. 조급한 내 마음 외면한 채 쌩하니 질러 가버리다니.
저 멀리 앞질러가는 시간 뒤꽁무니만 헉헉대며 쫓다 보니 어느새 2020년이 코 앞이다.
이러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어른이 될 것만 같다.
난 아직도 어린애인데.
책임질 거 없이 마냥 순진해도 예쁨 받을 수 있는 어린애이고 싶은데.
2019년 한 해, 매 순간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과업과 관계들에 최선을 다하려 몸부림쳤던 시간들인 건 분명하다.
때문에, 후회보다는 감사가 더 큰 1년이다.
내적, 외적 성장이 있었다. 작지만 꾸준하게 커리어도 쌓아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기도 했다.
삶의 의미와 목적성을 발견하기 위한 실마리도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다.
다른 누군가의 기대와 요구가 아닌 진짜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쫓고 싶은 간절함.
동시에 사회적 기대 속에서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부담감.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여전히 갈팡질팡.
그래서 여전히 내 삶은 49:51이다.
100% 확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산다는 것은 항상 불확실성을 전제한다.
그렇기에 삶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시원하게 결단해버리기란 참 쉽지 않다.
나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 탓에 더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어찌 됐건 내 삶은 아직도 49:51.
잘 모르겠을 때, 확신이 부족할 때, 의지가 약할 때 미세하게라도 마음이 더 끌리는 쪽에 추 하나 더 올려놓는 것.
50:50이었던 마음을 한쪽으로 아주 조금씩, 서서히 기울이는 거.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고, 2019년이고, 또 크게 다르지 않을 2020년이다.
2020년 7월, 계약직 근무가 만료된다.
많은 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꾸역꾸역 2년을 다 채워간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 열심히 해온 것도 맞고, 좋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참 인간적이고 좋으신 팀장님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으니, 조금만 욕심 내면 가까스로 51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내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일이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이 맞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삶을 안정적인 궤도로 올려놓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내가 할 선택의 결과를 까놓고 볼 수 없으니, 두 마음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 싱숭생숭한 2019년 연말.
2020년은 인생에서 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시기이다.
50:50인 마음 한쪽 어딘가에 추를 올려놓아야 할 때.
그렇게 시나브로 마음을 기울여가야 할 때.
생각이 많아진다.
선택이 만들어내는 기회비용은 삶의 힘든 시기마다 후회를 만들어내는 씨가
될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야박하게 때를 향해 흘러간다.
어차피 오답은 없는 거다.
어떤 선택을 했건,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삶을 살아내면 그만이지 않겠나.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두려움만 키우고 있는 고민들은 이쯤에서 접어두려 한다.
내가 한 선택이 만들어낼 결과가 무엇이든, 2020년도 주어진 모든 일들과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1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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