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쌓아온 빚을 청산해보려고 한다
글을 못(안) 쓴지도 한참이다. 근 1년간 글을 쓰지 못했다(않았다). '다시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행동하진 않았다. 핑계만 늘어갔다. 너무 바쁘다고. 마땅한 글감이 없다고. 엉성한 글을 쓰게 될까 겁이 난다고. 핑곗거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가며 글쓰기를 멀리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미래의 나와 오늘의 나는 채무 관계다. 오늘 하루는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의 나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그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으로 나는 오늘의 채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그 하루는 빚이 된다. 꾸준히 일상을 기록해가고 싶은 내가 오늘 분량의 글을 써내지 못한 것도 다 빚이다. 그렇게 빚을 축적해온 탓에 나는 내가 원하는 이상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빚쟁이가 되었다. 나는 지금 쫓기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이 늘어갈수록 글쓰기에 대한 저항은 제곱수로 뛰었다. 당연했다. 오늘 하지 않은 일을 내일 다시 하기 위해선 오늘 쏟아야 하는 노력의 갑절이 필요하다. 근 1년 동안 저항을 제곱해왔으니, 그만큼 다시 글을 쓰는 게 꺼려질 수밖에. 하지만, 더 이상은 부채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으로 새롭게 다짐했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은 1년을 쌓아온 빚을 청산하기 위한 시도다.
가장 큰 부담은 주제가 거창해야 할 거 같다는 압박이다. 1년 만에 끄적이는 글이 속 빈 껍데기가 되는 게 싫었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글감이 있었으면 싶었다. 덕분에 주제에 대한 고민이 길어졌다. 그 고민으로 또 며칠의 시간을 낭비했다. 그 사이에도 부채감은 계속 쌓여갔다. 이러다 영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써보는 중이다. 거창한 주제도 아니고, 엉성하지만, 일단 뭐라도 써보는 중이다.
겁이 난다. 내가 쓰는 이 글에 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까 두렵다. 그 불만족 때문에 다시 열정이 식을까 두렵다. 이 두려움과 한동안 계속 씨름할 예정이다. 이게 다 1년간 빚을 쌓아온 대가다. 어쩔 수 없다. 인정하고, 조금씩 차근차근 빚을 갚아가야겠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 많이 어색해도, 그동안 쌓아온 채무를 잘 처리할 때까지 다시 한번 꾸준히 이것저것 끄적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