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둥지 03화

공포와 불안을 줄여 나가기

희망으로 내일을 꿈꾸는 일상

by 참 간호

‘저 살 수 있어요? 저 나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묻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부분절제를 받을 예정이신 분이 ‘살 때까지 만족스럽게 살라고 부분 절제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셔서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공포감이 어느 정도 길래 지금 상황을 이렇게나 곡해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단력이 흐려질 뿐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정 반대로 들을 정도로 무서운 상황, 난 아직도 그 느낌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상담실에도 단골고객이 있다. 이들이 상담실을 찾은 주된 원인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골고객도 보통 한두 해 지나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 특별히 더 걱정이 많고 상담실을 찾을 용기가 있는 경우와 정말 내가 좋아서 오시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만나기도 한다.


반년에 한번 정도 전화를 주는 분, 진단받은 지 7년지 지났지만 아직도 나를 찾는 분이 계신다. 그리고 ‘저 살 수 있을까요? 저 나을 수 있을까요? 다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만약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저 어떻게 되는 거예요?’이렇게 질문을 한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기적으로 전화를 하는 분은 거의 없다. ‘이분이 특별한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랄까 이분이 다른 환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미처 용기를 갖지 못하는 분들은 알아서 스스로 어떻게든 불안을 해소하고 계실 것이다.


이분이 전화를 주는 날은 보통 주변의 암환자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거나 매스컴에서 암환자와 관련한 소식을 들었을 때이다. 그럴 땐 어떻게 할 수 없는 불안감이 생겨서 통제가 불가능하다 보니 다급한 전화를 하고, 지금 상황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다스리고 전화를 끊는다. 자꾸 전화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수술 직후엔 좀 더 자주 전화했었다. 거의 매일 그러다 일주에 한두 번 그러다 두 해가 넘게 흐르자 한 달에 한번 이렇게 전화를 하였다.


두려움에 대해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


유방암 진단이라는 아픈 과거가 있는 사람은 이러한 상황이 의심되는 상황이 될 때마다 비슷한 정도의 슬픔을 겪게 되는 것이다. 진단받기 전 쉽게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 그렇지 않을 때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인생을 좀먹는 역할만 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삶을 영유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움을 확보하는 것이다.......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잠시 내 곁에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건강도 삶도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유방암을 겪었던 한 분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래서 그 언니가 말을 못 하여도 의식이 좀 있어가지고 우리가 합창을 하니까 뻥끗뻥끗하면서 손으로 장단을 좀 맞추더라고요. 그 정도까지 되었어요. 낼모레 돌아가실 분인데 가서 합창을 하고 놀 정도로 그렇게 되었어요. (동료 중 돌아가신 분이 있어서 상가 집에 갈 때) 겁에 질려가지고 그랬는데 아 죽음마저도 받아들여야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제 희망이라는 단어에 희망을 걸어보면 좋겠다. 상담을 하다 보면 희망을 갖아도 되는지 나에게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희망을 가질 용기가 없는 것이다. 희망이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망에 크게 배신당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희망을 갖기를 두려워한다. 희망의 그 불확실함이 몸서리치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에게 간호사에게 희망을 갖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그 무게를 나누어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인용도서_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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