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마음으로"_노포의 장사법

by Jianna Kwon
<노포의 장사법>
박찬일 저
인플루엔셜


요 며칠 심각하게 앓고 있는 허리 통증 때문에 하루의 필수 일과는 물리치료 받고 오는 일이다. 평소에 비하면 지나친 휴식을 해야 하기에 누워서 책 읽는 것도 이제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츠타야 창업자가 쓴 책을 읽고 나니 바로 이 책에 끌렸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주제라 생각하며 얼마 전 사둔 책인데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았다. 다행히 츠타야를 통해 연결고리를 찾았다. 책 읽을 때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이 책과는 왠지 담백한 비스킷과 고소한 우유 한 잔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 한 식당들이 있다.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 부른다.

-프롤로그 중에서



노포를 찾아다니는 지인이 있었다. 일하는 곳도 광화문 근처라 퇴근하면 종로 피맛골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깊이 있고 전통 있는 노포의 음식을 먹는 게 그의 취미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가 대단한 미식가임을 알았고, 그의 취미가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노포에 대한 집착은 없는 편이지만, 유명한 원조집(그 곳이 원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판의 진실성을 믿고 들어갔다.)의 음식 맛은 뭔가 다른 것 같다는 막연한 신뢰는 있다. 평균 50년 이상 된 노포들의 주인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음식을 하고, 어떻게 대를 물리며 음식점을 운영하는지 궁금했다.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점점 빠져들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 그랬다.


노포는 그 자체로 역사다. 음식의 역사 뿐 아니라, 나라의 역사와 가족의 역사, 한 사람의 역사가 그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대부분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역사였지만,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내 기억에서 이미 화석화된 무언가가 다시 생명력을 얻고 의식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어슴푸레하고 아련한 어떤 것들이 밀려들었다.


노포들의 공통점이라면,

맛은 기본이고

운도 따라야 하고

믿고 거래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결같이, 늘 똑같이, 욕심 없이

가게를 열고 요리를 하는

마음이다.


그들은 유명맛집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슬쩍 속이는 마케팅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눈속임은 없었다. 당장의 이익보다 '관계'를 택했다. 거래처와의 신뢰, 손님과의 신뢰에 그들은 마음을 걸었다. '어머니대성집'의 주인어른 말씀처럼, 그들이 그곳에 있어 지금도 하루를 여는 것은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가 다녔던 중고등학교 앞의 분식집이 떠올랐다. 그곳에 가본지 얼마나 됐었을까. 아마 15년은 훌쩍 넘었을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너무 변해버린 모습에 놀랐던 게 마지막이었을 거다. 언덕 위에 있어 알이 배기도록 올라가던 등굣길을 친구들과 거슬러 내려오며 집으로 돌아갈 때, 육교를 건너기 전 주홍빛 떡볶이를 팔 던 그 집. 떡꼬치는 바삭하고 달고 맵고 쫀득했다. 친구들과 함께 거기서 떡볶이를 먹는 건 말할 것도 없는 꿀맛이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뛰어 내려가 떡볶이를 먹고 올라왔던 10대의 추억들이 아직도 그곳과 함께 그대로 있을까? 포털사이트에서 학교 근처 분식점을 검색해보니 위치는 대략 맞는 것 같은데 분식점 이름이 가물거린다. 아무래도 가봐야할 것 같다.


"얘들아, 엄마랑 같이 분식점 갈래? 엄마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서 정말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거든. 거기에 함께 가보면 어때?"


뜨거움이 좀 누그러지면 꼭 가봐야겠다. 그리움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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