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8일.
큰 아이 돌잔치를 끝내고 복직한 첫날.
하필 이렇게 추운 겨울에 복직이라니.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고, 어린이집에 맡겨둔 아기 생각에 마음마저 시렸다.
찬 바람이 뺨을 때리던 그날, 종묘는 내게 겨울이었다.
2025년 1월.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덮였다.
그래, 오늘은 종묘로 가자.
내게 겨울이란 곧 종묘니까.
눈을 밟으며 척척 달려 서순라길을 지나니, 종묘 외대문이 보인다.
아침이라 사람은 드물고, 종묘의 고요함은 오롯이 내 발자국 소리에만 깨어난다.
한 바퀴 돌면 약 1.5km.
뛰어오느라 숨은 차오르지만 종묘를 걸으면서 발걸음은 점점 잦아들고,
종묘의 리듬에 맞춰 호흡이 고르게 정리된다.
종묘는 다른 궁궐처럼 화려하지 않다.
화려한 단청 대신 절제된 빛깔, 높은 지붕 대신 낮고 묵직한 처마.
지붕 위로 하얗게 쌓인 눈, 앙상한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차갑지만 투명한 공기.
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종묘를 천천히 걸어본다.
박석이 깔린 길 위에서, 오래된 나무 사이에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경건해진다.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사당, 조선 500년의 숨결이 서린 자리.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내 호흡마저 조심스러워진다.
러닝은 기록을 남기는 운동이 아니다.
오늘은 고요한 종묘라는 계절과 공간에 나를 맡겨두러 오는 여정이었다.
2009년의 종묘가 차가운 시작이었다면,
2025년의 종묘는 고요히 나를 품어주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 종묘, 그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