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새벽 2시.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을 보니 직원이었다.
“아! 내가 잘못 눌렀나?” 했더니,
“아니에요, 소장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관리소 뒤편 흙이 쓸려내려 갔습니다. 남대문시장 지하통로 입구를 막아버려서…”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부랴부랴 슬리퍼에 반바지를 걸쳐 신고, 차키를 들고 뛰쳐나왔다. 혹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차라리 가벼운 차림이 낫겠다 싶었다.
숭례문 관리소는 당시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남짓.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쏟아져 내린 흙더미, 막힌 통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장 직원들과 함께 삽을 들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흙을 치워내며
그저 “사람이 안 다쳤으니 다행이다”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동이 틀 무렵, 현장이 간신히 정리되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살았다…
---
2024년 6월.
여전히 여름, 나는 숭례문 앞에 서 있다.
이번에는 러닝화를 신고 웃으며 여기에 섰다.
숭례문은 나에게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땀, 젊음의 기억이 서려 있는,
내 청춘의 상징 같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숭례문을 달리면 그때의 내가 다시 곁에 와
함께 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밤새 비와 싸우던 그날처럼,
오늘도 땀을 흘리며 달린다.
다만 이제는 삽이 아니라 러닝화,
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달린다.
여름의 숭례문은 여전히 뜨겁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숭례문처럼,
나도 이렇게 계절을 따라, 시간을 따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