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사실 아주 오래된 수도예요. 삼국시대엔 백제가 이곳을 수도로 삼았고, 고려시대에는 ‘남경’이라는 중요한 도시였어요. 그리고 조선이 건국되면서는 ‘한양’이라는 이름으로 약 500년간 조선의 수도 역할을 했죠. 물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되긴 했지만, 지금도 서울 곳곳에 그 오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정말 독특한 도시예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중에 뭐가 있을까요? 바로 조선시대의 궁궐들이죠. 그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5대 궁궐’이라고 부르는 다섯 궁궐이 있어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임금이 실제로 거처했던 주요 궁궐들인데요, 사실 이 다섯 곳을 하루에 다 돌아보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모자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러너니까—궁궐 정문 위주로 살짝, 살짝, 다섯 궁궐을 모두 달려보려고 해요. 과거의 왕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이렇게 뛰면서 둘러본다는 것,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겠죠?
여기가 바로 조선의 법궁, 경복궁입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궁궐이자, 가장 ‘궁궐다운 궁궐’이에요. 지금 보시는 이 자리, 뒤로는 북악산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고, 앞에는 광화문광장이 탁 트여 있죠. 지금도 서울의 중심이고, 조선시대에도 각종 관청들이 양쪽으로 있었던 한양의 핵심이었어요.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다가 고종 때 다시 중건됐고, 뒤편 건청궁에서는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아픈 역사도 있었어요. 2005~2006년에 건청궁 복원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사건을 기록한 자료를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그 공간을 다시 복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경복궁은 일제강점기에 철저하게 훼손됐어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종이 지은 건물의 10%도 안 남아 있었죠. 그래도 1990년대부터 복원 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2045년까지는 고종 당시의 40%까지 복원하는 게 목표예요. 경복궁 내에 영훈당이라는 건물이 있었던 지역을 복원하고 있어요. 작은 홍보관도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창덕궁 - 자연을 품은 궁궐, 세계문화유산
경복궁이 조선의 법궁이라면, 창덕궁은 이궁이에요.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뒤, 경복궁 대신 새로운 궁궐을 짓고 들어간 곳이 바로 창덕궁이죠. 이후 1900년대에 큰 화재가 나서 창덕궁의 많은 전각이 소실됐는데, 경복궁에 있던 건물 일부가 이곳으로 옮겨지기도 했어요. 경복궁과 가까이 있어 창경궁과 함께 '동궐'이라고도 불렸어요.
그런데 창덕궁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어요. 다른 궁궐들이 평지에 법식대로, 대칭을 맞춰 지어진 데 비해 창덕궁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지어진 궁궐이에요. 그래서 대칭도 안 맞고, 길도 구불구불한데—그게 바로 매력이죠. 그래서일까요?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요.
정문인 돈화문은 현존하는 궁궐 정문 중 가장 오래됐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수리 중이라 볼 수가 없네요. 작년 오궁런에서는 돈화문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같은 공간을 달려도 변화하는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것 같아요. 내년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네요.
그리고 창덕궁 후원! 우리가 흔히 '비원'이라고 부르는 그 숲길과 정자들!!! 정말 멋진 곳이에요. 기회 되면 꼭 한번 들어가 보세요.
창경궁 - 왕실의 생활공간에서 동물원으로, 그리고 다시 궁궐로
창경궁은 다른 궁궐들과 조금 달라요. 보통 궁궐은 임금을 위해지었지만, 창경궁은 성종이 세 분의 대비를 위해 지은 궁궐이에요. 그래서 생활공간의 성격이 더 강했고, 경복궁의 동쪽에 있어서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렸죠.
당시 왕들은 주로 창덕궁에서 생활했는데,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창경궁을 더 많이 활용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사극에서 자주 보는 일들이 이 창경궁에서 많이 일어났습니다. 장희빈이 사약을 받은 곳,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곳—모두 창경궁이죠.
그런데 창경궁은 일제강점기에 또 한 번의 아픔을 겪어요. 일제가 이곳을 ‘창경원’이라는 이름의 동물원, 식물원으로 바꾸면서 궁궐의 많은 건물을 없애버렸어요. 광복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가 1980년대가 되어서야 ‘창경궁’을 되찾기 위한 복원 작업이 시작됐죠.
초기 복원은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동물원 철거와 기존 건물 정비 위주로 진행됐어요. 그런데 올해부터 창경궁의 본격적인 복원 정비 사업이 다시 시작됐어요. 20년쯤 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창경궁이 될 거예요. 그때까지 우리가 계속 달려서, 바뀐 창경궁을 만나러 올 수 있으면 참 좋겠죠?
경희궁 - 광해군의 꿈. 사라진 궁궐의 흔적
경희궁은 1617년 광해군 때 건립이 되었어요. 광해군은 풍수지리가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지금 경희궁이 위치한 이 자리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을 듣고 지은 궁궐이라고 합니다. 근데 정작 이 궁궐을 지은 광해군은 경희궁에서 생활해보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영조가 경희궁에서 특히 오랜 기간 지냈다고 해요.
조선시대 때 경복궁을 제외한 다른 궁궐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설명이 되고 이해가 되었던 것 같아요. 창덕궁과 창경궁은 경복궁의 동쪽에 있어서 동궐이라고 불렸다고 말씀드렸는데, 경복궁의 서쪽에 있던 궁궐인 경희궁은 서궐이라고 불렸어요. 모두 경복궁을 중심으로 이름이 지어졌네요.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경희궁도 일제강점기에 많이 훼손되었어요. 궁궐 건물의 대부분은 철거가 되었고, 일본인들을 위한 학교로 사용되었고 이것이 훗날에는 서울중고등학교가 됩니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사 갔죠. 그러면서 경희궁 땅은 민간인 소유가 되었다가 서울시 소유가 되면서 1986년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미 경희궁은 너무 많이 훼손이 되었고, 도로도 놓이고 주변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면서 다른 궁궐에 비해 가장 본연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문은 저희가 오면서 보았던 표지석이 있던 그곳이 정문이고요. 아까 봤던 표지석 자리에 세울 수 없어서 위치를 옮겨 이곳에다 세웠다고 합니다. 금천교 역시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있어서 궁궐의 다리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너무 많아요. 심지어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은 헐려서 현재 동국대학교 건물 내에 있고, 황학정은 사직단 뒤에 국궁장에 정자로 남아있어요. 궁궐 내 건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요.
덕수궁 - 대한제국의 황궁, 서양 문물이 머문 공간
어느새 다섯 번째 궁궐이자 마지막 궁궐인 덕수궁에 도착했어요.
경희궁에서 정동길을 따라 달려오면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이 딱 나오죠. 덕수궁은 조금 독특한 궁궐이에요. 다른 궁궐들은 조선시대 왕들이 머물렀던 공간이었다면, 덕수궁은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머물렀던 곳이라서 ‘왕궁’이라기보다 ‘황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죠. 게다가 그 시기엔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때라, 덕수궁 안에는 석조전 같은 서양식 건물도 함께 있어요. 덕수궁의 이름은 경운궁이었는데, 고종이 세상을 떠난 뒤 순종 즉위 후에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우리가 보는 대한문이 현재 덕수궁의 정문인데요. 원래 덕수궁의 정문은 지금보다 남쪽에 위치한 “인화문”이었어요. 덕수궁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남쪽에 있던 “인화문”보다 동쪽에 있던 “대한문”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요.
덕수궁은 이름도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바뀌었는데, 정문인 대한문도 원래 이름은 대안문이었어요. 게다가 지금 이 자리도 원래 위치가 아니고요. 실제로는 현재 도로 중간쯤에 있었어야 맞아요.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어요.
덕수궁도 여느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많이 훼손되고, 그 이후 도로 개발, 도시 개발 등으로 그 영역이 많이 축소되었어요. 지금 남아있는 덕수궁은 원래 궁궐의 약 1/3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그래도 2000년대 이후로 꾸준히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조금씩 궁궐의 모습을 되찾고 있으니 우리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즈음이면 덕수궁도 꽤 제 모습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아참! 마지막으로 꿀팁 하나! 덕수궁은 야간에도 개방되어 있어서 봄밤이나 가을밤에 조명 아래 걷기 참 좋아요. 다른 궁궐보다 한적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라서,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해요!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오늘 우리는 궁궐의 정문만 잠깐씩 보긴 했지만, 무려 600년 동안 서울의 중심을 지켜온 조선의 다섯 궁궐을 한 번에 돌아보았어요. 궁궐마다 지어진 이유도, 쓰임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 모두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는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이렇게 역사를 품은 장소들이 남아 있다는 게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아주 특별한 매력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