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하는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 담장을 따라 달리던 뜨거운 여름.
광화문 앞에서 멈춰 섰다. 빨간불이었다.
“이야~ 여기서 보면 광화문을 시작으로 경복궁이 가장 멋지게 보여!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뒤로 보이는 북악산이 너무 멋지지 않아?”
나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뭐라고? 광화문이 경복궁 정문이었어? 난 광화문역이랑 경복궁역이 따로 있어서 각기 다른 문화유산인 줄 알았지.
독립문처럼 말이야. 달리면서 누가 이런 거 좀 이야기해 주면 진짜 좋겠다!”
“이런 식으로 짧고 간단히 얘기해 주는 것도 좋아? 도움이 돼?”
“그럼! 어차피 뛰는 거, 알고 뛰면 훨씬 더 좋지.”
그 순간 생각했다.
‘내가 나름 건축학 석사에 국가유산수리기술자, 국가유산청 시설사무관인데…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한번 해볼까?’
그날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교과서에서 만나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내 발로 뛰며 만나고,
내 심장 소리와 함께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만나는
그런 러닝을 한번 해봐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