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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이 성공해야 진짜 성공 아니니?

-영어를 못하는 엄마일지라도-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엄마표 영어로 아이를 키운 엄마가 강연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무언가 해결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친구와 함께 강의를 들으러 갔다.


그 당시  영어라면 질색팔색을 하던 6세 큰 애 때문에 나는  꽤나 골머리를 섞이고 있었던 터였다. 누가 들으면 엄마가 영어에 과욕을 부린 것으로 알 테지만, 그건 오해다. 나는 조기 영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모국어 성장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때가 되면 알아서 잘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게다가 그 당시 나는 '책 육아'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 이유 하나로도 나는 때가 되면 잘하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6세인 아이가 처음  영어를 만난 곳은 어린이집에서였다. 엄마 입장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조금씩 흥미롭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것이 내심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준 영어 CD 소리에  울음을 터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때,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강의가 시작되고, 강의자가 자신의 아이라며 동영상을 틀었다. 그 집 아이가 영어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다. 생활 속에서 자막 없는 영어 영상을 보여주고, 엄마가 영어로 생활영어를 이끌어주면 된다는 얘기였다.  강의자 스스로 이것이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이 아니냐며 이야기했다.


강연이 끝이 나고, 내 친구와 나는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내 친구는 그 간단한 생활영어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어를 못한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우리같이 정말 영어라곤 한마디도 못 내뱉는 사람이 성공해야 진짜 성공 아닐까? 우리가 보기엔 아까 그 사람도 영어 잘하는 거 같은데."


"그럼, 우리 미친 척하고 딱 3년만 해볼까? 우리 같은 사람이 엄마표 성공하면, 이거야말로 진짜 성공이니까. 우리가 성공하면, 이건 누구나 성공하는 거 아니니?"


그리고 그 날부터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대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지역에 우리처럼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 다들 우리 못지않게 영어를 못하는 엄마들이었다. 어쩌면 엄마들 사이에서 영어를 잘하는, 아이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엄마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만났던 모든 엄마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으므로...



영어모임에서 우리는 함께 그림책을 공부하며 어떻게 책을 읽어줄 것인가 고민했다. 함께 책을 정해 리딩 연습도 하고, 지칠 땐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단어로만 내뱉던 아이들이 문장으로 발화를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생활의 언어들을 영어로 바꿔 쓰며 영어가 익숙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영어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가졌다. 정기모임에서는  엄마표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3년 차 되던 때의 소감 발표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둥글게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친구와 나는 고개를 들면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엄마표 영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기 있는 제 친구와 강연을 듣고 오면서 우리처럼 영어를 못하는 엄마들이 성공해야 진짜 성공이 아니겠냐고, 우리 3년만 미친 척하고 해 보자고 얘기했었는데, 따져보니 딱 3년 차가 되었더군요.

이게 될까, 나 같은 엄마가 해도 될까 의심이 많았는데, 지금 보니까 이거 정말 되는 일이었어요. 저는 더 이상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1년 후에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자라 있을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냥 이대로만 쭉 커도 결국 이 길은 되는 길이예요."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내  친구와 나는 이 말을 하면서 눈이 마주쳤다. 나도 내 친구도 울컥하여, 두 눈이 시큰시큰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친구도 덤덤하게 얘기했다.


" 우리처럼 영어를 못해도 아이들은 넣어주는 대로 자라납니다. 저도 제 친구처럼  아이들의 1년 후가 정말 기대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린 이미 너무 잘 아니까요."


 




현재 엄마표 영어  6년 차, 12살, 9살이 된 아이들에게 영어는 놀이이고, 재미있는 것이고, 잘하는 것,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대부분의 놀이 시간에 영어로 대화한다.


우리처럼 영어를  못해도 엄마표 영어는 이것이 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성공이 아닐까?




둘째 8살에 한 영어 그림책  스토리텔링 활동 / 글자없는 그림책을 아이가 영어로 만들어 말하고, 엄마는 그걸 받아 적어주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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