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월의 감사함
휴가를 권장한다는 회사의 방침에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휴가 중인 하루
한 달 전 예약해 둔 제주도 바다는 거품처럼 아스라지고
방구석에서 뒹굴대는 이 시간에도
빗발치는 타 부서 사람들의 업무 연락
하지만
감사합니다
아래서부터 뚝뚝 끊어져가는 사람들의 밥숟가락 속에서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 아비규환 속에 무사히 결혼식을 올리고 하와이로 신혼여행 간 친구의 인스타 사진을 보며
그곳은 평온하구나
사랑이 건재하구나
대신 힐링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배부르게 저녁에 소고기 한점 구워 먹고
못다 읽은 글자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한가롭지 않은 오늘의 할 일들에 감사합니다
아직은 코로나 대란에 합류하지 않은 우리 시골집이 감사하고
동물병원에서 체온계를 사다가 올려 보낸다는
아빠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소고기에 곁들어 마실 수 있는 만원에 네 캔 맥주에 감사하고
두서없이 끄적이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0.3.2.
감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