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엄청 큰 고기를 잡는다. 너무 커서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고기를 잡으려고 꼬박 3일을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마침내 그 고기를 잡아 힘겹게 끌고 항구로 오는 동안 상어 떼의 습격을 받아 고기의 살점은 하나도 남지 않고 뼈만 남은 상태가 된다. 그렇게 <노인과 바다>는 끝나고 고깃배와 뼈만 남은 큰 물고기로, 스토리로 치면 너무나 간단하게 요약되는 소설이다.
수십 년이 지나서 <노인과 바다>를 영어 강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물론, 해석이 잘 안 되는 고로 해석판과 함께 더듬거리며 읽는 중이다.
강독 첫날. 다 알고 있겠거니 하고 읽은 소설은 예전과 많이 다르게 다가왔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예전엔 '산티아고'만 보였는데 그 옆에 시종일관 노인과 함께 하려고 하는 '마놀린'이 보인다. 어린 아이이지만 어린아이 같지 않은 '마놀린'은 산티아고에게 영혼의 동반자 같은 존재로 보인다. 그의 필요를 채워주고, 걱정해 주고, 무엇보다 노인의 영혼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영혼을 읽을 수 있는 눈은 아무나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리라.
노인 역시 소년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도대체 저 노인과 저 소년의 관계는 무엇인가.
내 생에 저렇게 나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노인과 소년의 다른 이가 파고들 수 없는 단단한 사이가 부러웠다.
The old man had taught the boy to fish and the boy loved him
the old man said. “I know you did not leave me because you doubted.”
“I remember everything from when we first went together.” The old man looked at him with his sun-burned, confident loving eyes.
“If you were my boy I’d take you out and gamble,” he said. “But you are your father’s and your mother’s and you are in a lucky boat.”
the boy said. “You’ll not fish without eating while I’m alive.”
왜 예전엔 이 부분을 깊이 있게 읽지 못했을까.
“And the best fisherman is you.”
“Que Va,” the boy said. “There are many good fishermen and some great ones. But there is only you.”
저 도저한 믿음.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이 결속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느끼면서 예전에 내가 읽은 <노인과 바다>는 저만치 치워 버리기로 했다.
앞으로 작품을 더 읽어갈수록 한 늙은 어부가 큰 고기를 잡았는데 상어에게 뜯기고 뼈만 앙상한 상태로 돌아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속에 헤밍웨이가 숨겨놓은 보물 찾기를 시작해야겠다.
그리하여 이 가을, <The Old Man and the Sea>로 인간의 꺾이지 않는 정신과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