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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씨 Sep 27. 2023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스토리일리 없습니다. 

셋째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온 주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병원에 있었고, 토요일과 일요일만 지나면 산후조리 도우미 선생님께서 집에 오셔서 나를 돌봐 주실 참이었다. 


일주일간 엄마가 집에 없었던 큰애와 첫애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아서

첫째도 둘째도 이제 막 집에 돌아온 막내도 쉼 없이 엄마인 나를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쉼없이 나를 찾는 소리에 주방 싱크대 옆으로 피신을 간 참이었다. 

둘째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주방에서 애들 간식을 챙기고 있었는데 셋째가 울기 시작하고 큰애가 엄마를 부른다. 


엄마, 둘째가 셋째 입에 동전 넣었어요! 

???????

다급하게 아이를 살펴보니 이미 입 깊숙이 동전이 들어가 버렸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목구멍 안으로 동전이 넘어가고 있다. 

셋째를 거꾸로 들고 흔들며 119에 전화를 했다. 

애기가 애기입에 동전 두 개를 넣었어요! 도와주세요!!!

큰일 났다 싶은지 둘째도 대성통곡이다. 하 이놈의 자식... 그래 아까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노래를 신명 나게 부르더라... 진짜 땡그랑 두 푼만큼 동전 두 개를 넣어버렸다. 

5분도 지나지 않아 119 대원분이 전화를 주셨다. 골목길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나오시라고. 

애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119 구급차를 향해 나갔다. 신생아를 안고 있는 애 낳은 지 얼마 안돼 허리도 제대로 못 펴는 나와 줄줄이 나오는 형제의 모습에 구급대원도 할 말을 잃었다 

우선 아이의 호흡이 잘못되면 안 되니 아이를 눕히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사이렌을 한껏 켜고 병원을 향해 달렸다. 

구급차 안에서 신기한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둘째가 한껏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가 지금 엠버를 타고 가고 있어요!

그렇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인지 너는 알턱이 없지.


해맑은 아이의 구급차를 탄 소감을 들은 나와 구급대원 모두 실소가 터졌다. 신생아의 기도가 막히면 절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가자마자 접수하는 거 도와주겠다 등등 심각하게 대화하던 우리는 둘째의 해맑음에 긴장이 풀렸다. 

구급차 운전대원(?) 선생님의 멋진 운전실력으로 세상 복잡한 길에서도 너무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무사히 진찰도 받을 수 있었다,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시던 구급대원분은 진료 접수 하는 동안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계셔 주셨고, 마지막으로 가시면서도 첫째에게 '엄마는 애기 챙겨야 하니까 동생 손 꼭 잡고 엄마만 따라다녀야 해~' 라며 당부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 당부 덕에 첫째는 아빠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오기 전까지 동생의 손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고 엑스레이실로 진찰실로 정신없는 엄마의 뒤를 따라다녔다.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노래를 부르다 사고를 친척 있는 둘째는 한 푼 두 푼은커녕 용돈은 받으면 쓰는 게 미덕이라며 한 푼도 남김없이 매달 탈탈 털어서 쓰고 있고, 형아의 저금통이 될뻔한 셋째는 저금에는 뜻이 없는 듯 용돈 관리의 ㅇ자도 할 줄 몰라 용돈을 몰수당했다. 


늦은 밤 막내를 데리고 떠난 응급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며 잊고 있던 예전 기억에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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