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1부) 평범한 삶이 멈추다.

by 고호


서브웨이 창가 좌석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한 출근길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갔다. 표정이 하나같이 좋지 않아 보였다. 다들 어딘가로 서둘러 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런 얼굴이었을까..


회사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익숙한 장면이었지만 그날은 그 흐름이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니 괜히 답답해졌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흘러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용한 쪽으로 몸이 움직였다.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원으로 살다 보면 두 번째 인생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생각을 오래 붙잡지 않는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 번아웃이 와도 대부분은 그냥 버틴다. 각자 놓을 수 없는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안정된 직장, 괜찮은 연봉,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사. 앞으로의 길이 자연스럽게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길게 이어지는 마라톤 같은 것이었다. 안정적인 삶은 가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조금씩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모두 함께 같은 방향으로 앞만보고 달려가는 이 마라톤이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이 맞는 걸까.


걷다 보니 어느새 국립현충원 입구가 보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그곳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웠다. 그런데 동시에 어색하기도 했다. 회사를 빠지고 이렇게 앉아 있어도 되는지 계속 마음이 흔들렸다. 좋았지만 불안했다.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있어도 되나.’


그때 문득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았던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시니어 어학연수 이야기였다. 직장을 다니다가 외국으로 가서 몇 달 동안 언어를 배우며 지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는 그냥 흥미롭게 보고 넘겼던 영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 그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시니어 어학연수 관련 이야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팔자 좋은 사람들 많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문득 오늘 시간도 있고 할 일도 없는데 한 번 물어만 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유학원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한 곳에서는 상담이 가능하다며 시간 되시면 잠깐 들르라고 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 오후에 가도 될까요?”


상담 예약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어차피 오늘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 그냥 한 번 물어보는 거니까.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냥… 물어만 보자는 마음이었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02화2. 출근길, 현관문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