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와 약 2년 만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
어색하게 사이가 나빠진 이후, 감정이 격해져서
SNS 친구도 끊어버린 채 2년이 지났었다.
그날따라 기분 좋게 술이 취한 상태였는데 왜 그 아이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통화 연결은 그다음 날에 되었다.
전화를 못 받았다는 문자를 읽고도 한참 고민을 했다. 전화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막상 통화가 시작되니 '어떻게 지냈니?' 근황부터 물어봤다.
아 그래서 지금은 뭐해? 어디 살아?
마치 우리 사이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단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이처럼 말을 이어나갈 수도 있었다. 내가 먼저 그날의 일을 꺼내기 전까진.
나는 사실 좀.. 그랬다. 그 일 이후로는 너랑 친구로 지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말해버렸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때 일은 정말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왜 그 순간 나는 독기가 올라왔을까.
네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그날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냐.
어째서 그 순간 나는 그래, 다 지난 일인데 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오랜만에 연락이 되었지만, 짧은 생각으로 뱉은 내 말에 우리는 다시금 어색한 사이로 돌아가버렸다.
이젠 심지어 근황조차도 물어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중에는
만났다 헤어지고 잊어가고, 한편으로 정리되고
한편으론 깊게 발전되는 관계들이 있다.
노력 없이도 함께 할 것 같던 반 친구들, 과 동기들, 직장 선후배 인연들도 서로가 노력해야만 그 관계가 유지된다는 걸 배운 나이인데도
어른답지 못하게 용서가 안된다는 말을 뱉다니.
네가 친구로서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었어.
상처받았단 말이야.
나도 친구를 잃는 건 싫다고.
어쩌면 말하고 싶었던 내 속마음.
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그저 용서하지 못한다는 독한 말만 전해졌다.
나 또한 살아가면서 숱하게 잘못을 탕감받고 살아왔거늘. 그깟 용서가 뭐라고.
친구야 미안해. 이젠 내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