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솔로 지옥이란 시리즈가 있다. 순한 맛 투핫 이라던 솔로 지옥은 첫 회, 등장인물 소개에 전원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널 mc 중 한 명은 ‘와 운동 안 하는 사람이 없네요’라고 할 정도로, 출연자 한 명은 심지어 좋아하는 운동만 거의 열댓 개를 나열하기까지 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확실히 건강 관리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그 속에서 특히 유행처럼 번진 운동이 골프였다.
그런데 나는 골프라는 운동의 매력을 찾기 전에 먼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벌목을 해야 되잖아’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우리나라에 정말 골프장이 이렇게나 많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볼 수 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 그 많은 골프장이 들어섰단 건, 그만큼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 개발을 했다는 뜻.
환경보호 vs. 개발이라는 오래되고 전형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대신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요즘 뜨는 전시회를 가보면 미디어 아트, 영상 아트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마치 눈앞으로 펼쳐지는 듯한 스케일로, 디테일과 상상력을 더한 영상에 관객들은 호응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아트의 소재 중 빈번히 사용되는 것 하나는 산, 바다, 그곳에 사는 동식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프레임 속에서나 보고 있는 것 일까?
확실히 18세기 인상파의 그림에서 묘사되는 자연의 느낌과 21세기 모던 미디어아트에서 구현되는 자연의 느낌은 다르다. 전자에서는 웅장하고 한편으로 성스러운 대상으로 자연이 화폭에 담겨있는 듯하다. 후자에서는 변형되고 반복 가능한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젠 이렇게 생생한 영상을 통해 자연을 기록하고 예술 작품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자연이 보여주는 그 모습들을 볼 수 없게 되어서가 아닐까.
미세먼지란 말을 쓰게 될 줄 누가 알았나.
파란 하늘 보는 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이젠 정말 동물은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닐지.
나무가 들어선 숲을 가려면 지금보다도 멀리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닐지.
기후가 바뀌고 지구의 환경 생태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예술 작품으로서 영상을 남겨 두면 후대에도 기억되고 환영받는 예술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후대에는 지금의 자연환경을 우리가 보는 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나로선 가장 좋은 운동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산책, 걷기를 예찬하고 싶다.
그러나 마니아층이 이미 두터운 이 골프라는 운동은 나이가 들어서도,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더라.
무엇보다 우리 집에서는 아빠와 딸을 연결시켜 주는 훌륭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
골프를 너무 좋아하시는 아빠는, 딸이 골프를 배운다고 하니 가르쳐주고 싶은 것, 재밌었던 경험, 꿀 팁까지 술술 얘기가 나온다. 자고로 우리 부녀에게 골프란 무뚝뚝하고 표현 없는 경상도 남자의 입을 열게 하는 마법의 스포츠였다.
나의 신념과는 별개로 아빠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골프를 시작하길 잘했다 싶다.
골퍼가 되고 나서도 환경 보호의 입장에 서서 골프장 개발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우선 골프 연습부터 해서 아빠랑 같이 공치러 나가야지. 나이 드시는 부모님에게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