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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Nov 02. 2022

올 겨울 나의 첫눈

Day 05


캐나다 캘거리는 큰 도시도 아니고 관광지로 유명한 곳도 아니어서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 봐야 한다는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말은 곧 기대하지 못한 숨은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오늘은 금융지구인 다운타운으로 나가 보았다. 캘거리 타워를 비롯한 높은 스카이라인과 밤을 밝히는 조명이 켜진 곳. 다운타운을 통과하는 무료 트램을 타고 가는 길에 문득 런던 여행이 떠올랐다. 런던을 여행하던 어느 날, 마침  Bank District를 지나고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을 먹을 때였다. 거리는 슈트 차림의 런더너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내가 찾은 식당과 카페에서도 ‘Dear, Love’라는 말을 문장 곳곳에 뿌리는 런더너의 옆자리에 있었다. 금융지구라 그런지 고급 식당이 많았고 그들의 차림새도 멋있는 슈트 차림이어서 어째서 조금 즐거워진 마음으로 식사를 했던 기억이다. 캘거리의 금융 지구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브런치 가게에 갔다.


계란 모양의 인테리어가 귀여운 식당이었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계란 모양의 프레임 속에 앉아 있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따듯한 커피 한 잔과 계란 요리를 주문했다.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던 내 마음의 온도는 창 밖에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바뀌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눈인가? 하나 둘 떨어지는 흰색 먼지 같은 것들이 어느새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11월 1일, 올 겨울 나의 첫눈을 캐나다 캘거리에서 만났다. 



계란 모양의 브런치 가게에서 만난 첫눈


우리 테이블을 확인하러 온 웨이터도 ‘와, 눈이 온다!’고 했고 잠시 우리의 시선은 모두 창 밖으로 향했다.

‘사실 이거 올 겨울 제 첫눈이에요’라고 말하자, 정말 기뻐해 주던 웨이터 아저씨.

‘이번 주에 눈 많이 온대요. 실컷 즐겨요!’ 그는 나의 첫눈을 축하해주었다.

덕분에 눈 좋아하는 부산 아가씨는 계란 모양의 식당에서 마음에 큰 미소를 담고 나올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한 이 작은 도시에서 나는 말 한마디에도 웃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유명한 랜드마크, 유명한 식당, 음식, 브랜드가 아니었다.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멋진 직장인들도 아니었다. 나는 캘거리에서 ‘웃음’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슈퍼에서도, liquor shop에서도, 카페, 식당, 심지어 우버 기사의 얼굴에도 미소가 있었다. 무엇이 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걸까? 게다가 이렇게 추운 나라에서 어떻게.



사실 가장 힘든 시기나 가장 즐거운 시기도 그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이 우리 기억에 색을 더한다. 유재석도 단 한 사람의 인정(김석윤 PD)을 받은 이후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유재석으로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전해받은 따뜻한 마음을 동료와 후배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한 명의 미소는 금방 주변 사람을 전염시킨다. 두 명의 웃음으로 그 공간이 환해진다. 


눈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이곳 사람들의 미소와 친절이 따뜻하다. 나의 첫눈이 따뜻한 색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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