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불만은 어떻게

털어놓고 살면 되나요?

by 장서율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가슴 따뜻한 충고를 듣게 되는 건 흔치 않다. 특히 나는 혼자서 잘해나가고 있다고 자기 위안 삼을 때가 많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여러 도움을 받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불안을 늘 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어느 점심시간에, 회사에 유언장 작성 강의를 해 주러 기관 사람들이 왔었다. 이 나라는 사망 신고나 치매 판정을 받으면 유언장/위임장이 있어야만 금융 기관에서 예금 등을 찾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이것들이 구비되지 않을 시 특히 외국인 노동자인 나 같은 사람은 본국의 가족들이 꽤나 고생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유언장 작성은 공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생각보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은 착잡해졌다. 어느 날 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살아생전에 가장 큰 불효를 저지르면 나의 부모님은?


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뤄둔 채로, 주말에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들 가운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과 실컷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태어난 나라도 환경도 달랐지만 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우리가 듣고 자란 음악이 같은 아티스트의 것이었다는 이유로, 우리 셋은 가끔 노래방에 모여서 분기에 한 번 정도 서너 시간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요즘을 나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은 지금 여기에 이를 때까지 비슷한 추억으로 버텨왔다는 것일까?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이 풀려나간다. 지난 십여 년 간 우리는 서로의 추억 위에 또 추억을 쌓고, 될 수 있는 한 솔직하게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상황이 변화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혼자서 제자리걸음만 한 것 같아서 슬플 때도 있기는 하다. 동료들은 이제 본국의 비호를 받아 모두 자가소유의 집을 가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외국인 신분의 나는 영주권을 받기 전까지 자가 구입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한 친구가 말했다.


'아이를 가져서 자산을 남겨주지 않을 거면, 차라리 주택 구입 자금을 투자해 보는 건 어때? 주택 연금 받으면서'


친구의 말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도 그릇이 웬만큼 커야 규모가 나오는 것일 테지만, 내 한 몸 건사해 보리라는 생각은 유언장 작성 강의 날로부터 오히려 더 굳건해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아무래도 이 생에서 아이를 낳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가족이 없다는 게 힘들지 않을 줄 알았다가도, 일이나 건강 때문에 힘이 든 날에 곁에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그저 강해 보이려고 할 뿐이지, 매일매일 누군가와 소통을 간절히 꿈꾼다. 친구는 거기에 한 마디 더 해 주었다.


'너 그렇게 마음속에 쌓아두고 살다가는 병난다. 우리처럼 불평불만에 익숙해져 봐. 친한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 해결에 대해 다른 방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어'


마음이 왠지 울컥해졌다.

꿈 속에서는 사랑이 하고 싶다가도, 돌아와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친구의 마음 한 마디다.

마음에 쌓아두지 말고 세상을 살며 쌓이게 되는 불평불만을 토로해 보라고 이야기해 주는 마음.

그런 친절함이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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