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백숙을?

16. 육식을 넘어선 자

by 여행꽃


부다가야의 마하 보니 사원에 함께 가자는 비구니 스님의 제안으로 3명의 숙박 동기와 함께 길을 나섰다. 부처님이 열반에 오른 보리수 나무와 사원 대탑 주변에는 오체투지 하는 승려들, 대탑을 돌며 기도문을 외는 순례자들, 명상하는 승려들로 붐볐다.



오체투지란 불교 신자가 교만과 어리석음을 참회하고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큰절을 올려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방법으로써 양 무릎ㆍ양 팔꿈치ㆍ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 3000배를 하는 승려를 따라 오체투지 절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곧 포기했다. 많은 사람이 깨달음을 갈망하고 있음이 슬펐다. 오래도록 수행한 승려들조차 해탈하지 못한 걸 보면 애초에 ‘깨달음’ 따위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고려사로 돌아오는 길에 백숙을 먹으러 갔다. 백숙집은 건물 옥상에 있는 한인 식당이었다. 자연스럽게 백숙을 주문하는 스님이 낯설었다. 나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는지 스님은 “고기 먹는 스님, 이상해?”라고 물으셨다.


“네! 스님은 고기 드시면 안 되잖아요?”

“괜찮아! 우리나라만 못 먹지 다른 나라 스님들은 다 먹어”


‘스님은 한국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한국 불교 율법에 따라 안 먹어야 되지 않나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았다. 불경에는 ‘살생하지 마라’고 했지 고기 먹지 말라는 말은 없다고 말씀하신 후 스님은 열심히 닭다리를 뜯었다. 무슨 개똥철학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 생각되어 더 이상 말을 보태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니 낯선 남자 스님 한분이 백숙을 드시고 있는 스님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허허 잘하는 짓이다. 스님이 고기를 다 뜯고 ”


남자 스님은 승복 옷고름을 풀어헤친 채 비딱하게 서서 스님을 비웃으며 말했다. 개의치 않고 백숙을 드시던 비구니 스님은 계속되는 찰칵 소리에 호통을 쳤다.


“어디서 스님 행세야. 어서 가시오.”


사진을 찍던 가짜 스님은 화를 내며 스님을 폭행하려 했고 식당 주인의 저지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백숙을 먹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려사까지 걸어갔다.



그 가짜 스님은 스님처럼 옷을 입고 머리를 밀고 스님 행세를 하며 무전취식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스님들과 절에 소문이 나서 더 이상 무전취식이 어렵게 되자 꼬투리를 찾아 스님의 사진을 찍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수많은 물음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고기를 먹는 스님도, 스님 행세를 하는 가짜 스님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쉽사리 잊히지 않을 사건임이 분명했다.





도덕적 잣대는 종종 종교인을 향해 더 날카롭다. 그건 아마도 종교인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날의 나는 육식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님의 인격과 수행을 내 멋대로 평가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것은 한 인간이었다. 스님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 그녀가 어떤 수행을 하고, 어떤 철학을 따르며, 왜 그 백숙을 선택했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종교도 사람이 하는 일이며, 인간은 때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