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일요일 오후 학교 간다고 나간 배우 언니에게서 카톡으로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버스에 놓고 내렸다고, 그것도 할부금 첫 달치도 안 낸 새 애플 15를...
자기는 학교를 가야 하니 핸드폰을 찾아 놓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우리 팀(최 형사와 나)이 알고 있는 정보는 버스 번호가 10-2번인 것과
버스회사 이름, 그리고 버스 앱에서 보이는 버스 식별 번호가 전부였다
일단 배우 언니의 핸드폰으로 계속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그 여자분은 자기 앞 지리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보니
빈자리에 핸드폰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자기는 내려야 하니 버스기사님에게 맡기고 내리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일이 쉽게 풀리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버스기사님이 운전 중이라 그렇겠지 생각했지만 점점 불안해졌다
버스의 위치를 찾기 위해 버스 앱으로 위치 추적에 들어갔다
이상하게 좀 전까지 보이던 버스가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 전화를 받은 여자분이 혹시 핸드폰을 버스기사님에게 준다고 하고선
중간에서 가로챈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
점점 사건은 미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작전을 바꾸어 차고지를 덮치기로 했다
버스회사는 유령회사인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지도검색 정보원이 여러 곳에 차고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해 줬다
자꾸 시간은 가고 핸드폰의 남은 생존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제일 가까운 차고지로 출동하면서 계속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은 신호만 갈 뿐 받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차고지를 덮친다는 정보가 어디서 샌 것이 분명했다
차고지에는 운행하지 않는 빈 버스만 수십 대가 주차되어 있고
사무실과 정비실 주유시설 등엔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넓은 차고지를 최 형사는 저쪽 나는 반대쪽으로 버스를 찾아갔다
"여기 10-2번 찾았어" 최 형사가 소리쳐서 달려가 보니 우리가 찾던 버스가 아니었다
점점 핸드폰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덮쳐왔다
다시 버스 위치 앱을 열었다
우리가 찾던 버스가 갑자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버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차고지에서 출동했다
옆에 앉은 최 형사는 계속 배우 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우리의 위치와 버스의 위치가 가까워질수록
혹시 버스 안에 핸드폰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최 형사는 버스의 다음 정류장으로 먼저 가서 잠복하자고 했고
나는 "시간이 없다" "버스 앞을 막아서 잡자"라고 했다
결국 최 형사의 작전을 따르기로 했다
이 작전 또한 우리의 계산보다 훨씬 버스의 속도가 빨라
우리가 잠복하려고 했던 정류장에서도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버스보다 먼저 정류장에 도착해 급하게 운전대를 최 형사에게 넘긴 나는
다시 출발하려는 버스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달리려 했지만 그냥 뛰어 올라탔다
버스 기사는 나의 등장에 적잖게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형사 배지가 아니라 버스카드를 꺼내서 삑 찍었다
버스 안으로 진입한 나는 조심스럽게 버스기사님에게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저 혹시 핸드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 이거요?"라고 하며
버스기사님은 운전석 왼쪽 바구니에서 순순히 물건을 꺼내주었다
물건을 확인하니 분명 할부 한 달 치도 안 낸 샛노란 아이폰 15가 확실했다
버스 기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두 자리가 붙어 있는 널찍한 자리에 털썩 앉으며
모든 작전이 안전하게 끝남에 안도했다
그리고 최 형사에게 전화해 물건을 찾았으니 본부(집)에서 보자고 했다
그리고 카톡으로 배우 언니에게 임무 완수했다고 보고했다
나는 버스 안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버스는 멀어지고 영화는 끝이 났다
<핸드폰을 버스에 놓고 내렸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