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며칠 전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를
고맙게도 누가 또 박아 주셔서
지저분했던 뒤 범퍼를 새로 갈려고
자동차 정비소에 들어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정비소에 접수하고
건너편에 있는 짬뽕집으로 향했다
가을비가 무슨 장맛비처럼 내리는
좀 추운 날이라 얼큰한 짬뽕을 먹어야지
생각하고 자리에 앉았다
여사장님이 "뭐 드시겠어요?"라며
메뉴판과 물병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는 젖은 우산을 접고 자리에 앉으며
"볶음밥이요"라고 말했다
나의 뇌는 깜짝 놀라 "뭐지? 볶음밥?"
누가 감히 뇌의 명령에 항명을 하지?
순간 뇌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몹시 당황했다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볶음밥이요"라고 말하게 한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뇌에게 항명의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 면을 많이 드셨어요" "건강을 위해 밥을 드시는 게,"
"그리고 얼큰한 짬뽕 국물도 나옵니다"
나의 뇌는 잠시 항명한 또 다른 나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항명을 받아주었다
"사장님 짬뽕 국물 많이 주세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 따로 말 따로 나오는 현상이 종종 생긴다
아마 생각이 많아져서겠지...
가을비는 계속 내리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조성모의 가시나무를 흥얼거리며
짬뽕집을 나와 정비소로 향했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