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오늘은 댄서 언니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정신없이 졸업식은 끝이 났고 추워서 학교에서 사진 몇 장만 찍고
졸업식장을 빠져나왔다
댄서 언니가 오후에 학교에 친구를 만나야 해서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경희의료원 뒤에 있는 파스타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작은 파스타집에는 주차장이 없어
최 여사와 예비 고1 언니와 댄서 언니를 먼저 내려 주고
"아무거나 시켜요 주차하고 올게요"라고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짐이 그 옛날 1,4 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부산에서 만나자고 헤어진 가족처럼 현대판 생 이별을 하게 될 줄이야...
경희대 앞길은 졸업식으로 꼼짝을 할 수가 없이 도로가 막혀있었다
긴 자동차 행렬은 골목마다 꼼짝을 하지 않았고
겨우겨우 도착한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 다시 차를 빼 골목을 돌아
다른 주차장을 찾아 회기역방향으로 나오니 도로는 더 막혀있었다
최 여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음식 나왔는데..." "먼저 먹어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또 최 여사의 전화가 왔다 "어디쯤인데요?" "꼼짝을 안 해"
그렇게 차는 서있다 가다 서있다 가다를 반복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또 최 여사의 전화가 왔다
"우리 다 먹어가는데... 언제 와요?" "나도 몰라"
나는 점점 허기와 짜증으로 좀비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절대 끼어들기 허용치 않고, 앞차가 끼어들기를 허용하면
혼자 차 안에서 으르렁거렸다
이렇게 법을 지키다간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아니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불법 유턴으로
다시 경희대 방향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학교로 들어가는 차들은 좀 줄었고 나오는 차들은 더 늘었다
간신히 골목 안 작은 주차장에 차를 던지듯 주차하고
파스타집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골목마다 차들로 가득했다
작은 파스타집엔 졸업생 가족들로 가득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데 종업원이 날 붙잡았다 "예약하셨어요"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얗게 변한 좀비 눈빛으로 "일행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겨우 자리에 앉으니 생이별한 가족은 눈에 안 들어오고
먹다 남겨 놓은 음식만 눈에 들어왔다
생이별 후 1시간 만의 가족 상봉이었다
<졸업과 흥남부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