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고통, 고름, 환영, 그리고 치료
아파서 병원을 갔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스스로 몸상태도 모르고, 병이 무언지도 모르고, 치료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어떤 고통이 예비되어 있는지 모르고 당황과 황당 사이를 오가며 수술실로 향했다.
공포와 고통
투석을 하기 위해 오른쪽 어깨 쇄골 밑의 동맥과 정맥을 뽑아 카테터를 설치한다. 이 과정이 수술이 아닌 시술이어서 국소 마취만 하고 얼굴에 파란천을 두 겹이상 덮어서 시술을 시작한다. 손가락에 산소 포화도를 체크하는 기기가 설치되고 평소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던 환자는 숨이 안 쉬어짐을 느끼고 발버둥을 처 보지만 교수 집도아래 젊은 의사선생들과 간호사가 사지를 잡고 놔주질 않는다. 환자는 제발 눈 시야와 코의 호흡만 확보해 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간호사는 산소포화도 좋아요 한마디로 일축한다.
발버둥을 심하게 쳐서 수술진행이 어려웠는지 간호사가 눈과 코를 확보해 준다. 조금 진정되었지만 의사는 그 간호사에게 여러 가지 심부름을 시켜서 확보를 하는 둥 마는 둥으로 수술이 전반적으로 더디게 진행되었다. 엄청난 체력소모를 한 이후에 투석 3시간을 받고 입원실로 돌아왔다. 투석을 겁내했지만 대롱 같은 바늘 두 방을 제외하고는 카테터 설치가 더 무서웠다.
고름과 감염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그날 저녁과 그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밥을 못 먹었다. 그다음 날 오후 외과 간호사가 들어와서 카테터 설치 부위를 소독하려고 붕대를 열어보니 고름이 나왔다. 병원 내부가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결코 환자에게 설명해 주지 않고 자기들만 전화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날 수술실로 다시 가서 우측 어깨 부분의 카테터를 제거하고, 왼쪽에 새 카테터를 설치했다. 이렇게 문제가 나면 그 당일 다시 무지막지하게 수술을 다시 해도 되는 건지 질문도 못했다.
환영을 보다
전날과 동일하게 환자의 시야와 호흡을 배려해 주지 않았고 사정 사정해서 간신히 간호사가 환자 얼굴의 시야와 호흡을 도와주지만 의사는 심부름도 시킨다. 호흡을 못하는 공포와 고통 중에 환자는 헛 것을 보았다. 그 바쁘고 낯선 수술실 환경에, 한 구석에서 간호사가 엎드려 자고 있다. 저 간호사 불러서 내 시야와 호흡을 도와주면 안 되나 했지만, 한마디 말도 못 했다. 수술이 끝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자던 간호사가 없어졌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의 간호사여서 이게 병원에서 말하던 헛 것인가 했다.
병원은 AS를 모른다.
공포와 고통의 시간이 지나서 환자는 입원실로 돌아갔다. 그 후 입원 3주 동안 죽만 먹고 지냈다. 몸무게도 투석과 시술 트라우마로 먹지 못해서 6킬로그램 이상 감량되었다. 병원 청구서에는 카테터 설치 2회 항목이 쓰여있다. 보통 자기 과실로 생긴 부문은 AS 해주지 않나라고 원무과에 따졌더니 불만 있으시면 퇴원 후에 정식 절차에 들어가라고 얘기하지만, 심신 피곤한 환자는 이내 포기한다.
체념은 준비의 완료
퇴원 후 집 근처에 있는 인공신장실로 투석을 예약하고 투석을 일주일에 3차례 4시간씩 받아야 했다. 혹시 투석 중에 크레아티닌수치와 칼륨 인의 수치가 좋아져서 투석을 중지해도 될까 하는 희망도 가져보지만 이내 포기를 한다. 투석실 담당의사는 장기 투석을 위해서 왼쪽 손목에 동정맥루 수술을 권한다. 카테터 설치에 기겁을 했지만, 아 정말 남은 인생 투석을 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체념에 예약을 한다. 체념은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출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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