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한잔했다.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지내왔기에 고향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 너무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타지에서건 고향에서건 다들 이제는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친구보다 가족 그리고 직장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래도 오랜만의 친구의 고향방문에 흔쾌히 나와 술 한 잔 기울여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고향에 오는 건 너무 행복하다. 안본 사이에 있었던 친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 한편으로 고향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단조롭지만 여유가 있어 보였고 즐겁고 즐기며 살아가는 듯했다. 도시에서 치열하게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던 나의 모습과 대조해 보니 템포가 여유가 있었다. 늘 빠른 걸음으로 종종대며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너무 마음을 다그치지 않고 있음에 나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친구들도 아직 고향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 녀석들 이야기를 하며 그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농번기에 한창 바쁠 때 새벽 4~5시에 시작하는 일과로 정신없지만 농한기 때는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여유를 누리고 있는 또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입을 모아 “뭐해 먹고 사냐~?” 하며 툴툴댔지만 금세 잊고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지!”라면서 서로의 풍성히 튀어나온 뱃살을 보며 “운동 좀 하자"라고 결론을 냈다.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에 올라가 살던 친한 선배가 “서울 좋아~ 서울에 살자~ 올라와~”라고 이야기하면 “형~ 서울보다 고향이 좋지~ 왜 올라간 거야?”라며 반문을 했었는데 어느새 나도 서울이 익숙하고 편안해졌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하면 고향에 내려오고 싶었다. 차 막히고 많은 인파에 어딜 가든 예약을 해야 하고 삶의 여유보다는 늘 바쁘고 정신없이 달려야만 하는 쳇바퀴 위의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간을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고의 운동기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트레드밀(러닝머신)처럼 오히려 도시는 나의 삶을 단련시켜주고 그런 시스템에 길들여져 지방의 삶은 너무 고독하고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난 어떤 삶을 추구하고 있었지? 서울? 시골? 지방 도시? 해외? 문득 노매드의 삶을 꿈꿔왔었던 대학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지역에 나라에 구속되기 보다 자유롭게 세계를 유랑하며 지내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해진 답지에서 무엇이 답이냐고 고르고 있었네?” 어디가 좋다기 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 새로운 곳의 경험의 더 많이 가지고 싶다.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느려진 템포 덕에 그동안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던 나의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삶의 다양한 재미와 모습을 꿈꾸는 방랑자가 내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