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상추 키우기

by 고카

신혼집을 마련하고 늘 기숙사처럼 남들과 함께 쓰는 공간에서 나만의 집 나만의 다양한 공간이 생긴 것에 너무 즐거웠었다. 휑하니 텅 빈 베란다를 어떻게 꾸며볼까 하고 책상을 놓고 캠핑 테이블을 놓아보기도 하고 그 당시 유행하는 다육이를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식물 키우기는 쏠쏠한 재미를 주었었다. 그중 편하게 다이소에서 얻을 수 있는 상추 모종을 사다가 집 앞 분리수거장에서 스티로폼 상자와 흙을 퍼다가 상추 모종을 키운 적이 있다. 시골에서 자랐다는 자부심으로 어떻게 키우는지 검색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흙에다가 씨를 뿌리고 물을 가득 줘서 종자가 싹트기도 전에 상추 씨앗과 이별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상추, 방울토마토, 부추 등을 키웠었다.


큰아이가 나를 닮았는지 다이소에서 상추 씨앗을 지나며 나에게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행위도 귀찮고 특히나 벌레가 생기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싫어서 거절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빼앗는 것에 죄책감이 생겼다. 그렇게 씨앗을 사와 집에 일주일 넘게 방치하다가 주말을 맞이해서 드디어 씨앗을 심었다. 이번엔 1.5L 페트병을 잘라서 상부를 뒤집고 하부는 물받이 통으로 썼다. 첫째와 둘째 각자의 화분을 각각 만들어 주고 이름과 날짜를 썼다. 상추 씨앗을 다 뿌리고서는 다른 놀이에 취해 심었던 것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지내고 있다. 과연 잘 자랄 것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잘 자랄지 안 자랄지 아니면 자라다가 죽을지. 하지만 그런 실패의 경험도 그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런 사소한 경험을 심어주었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월요일에 다시 또 만들어내는 보고서로 상사와 즐거울지 안 즐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경험도 나의 소중한 경험이겠지? 그렇게 사회 속에서 일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나는 자리고 있다.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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