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취준생의 대화를 엿듣기

by 고카



뜨거운 한낮의 더위를 이기기 위해 교보문고에 갔다. 재미없어하는 아이들을 으르고 달래서 함께 갔다. 막내는 흔한 남매 시리즈를 사달라며 조르고 첫째는 핫트랙스에서 문방구와 인형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구석에 아이들이 책을 보는 공간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서점 안은 북적였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커플의 대화가 귀에 들렸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 그리고 취업에 대한 조언을 하는 남자친구의 대화였다. 정확한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대화에 녹여진 취업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라떼를 돌이켜 보면 나도 쉽지 않은 취업의 관문을 뚫고 취업을 했다. 그래도 공대생이다 보니 취업의 관문이 다른 전공의 학생들보다는 수월했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듯 취업의 관문이 쉽게 열린다는 것은 공장이 위치한 지방으로의 배치가 따른다. 물론 좋은 스펙에 학벌에 연줄이 있다면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으로 갈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 선택지를 얻기가 어렵다. 그래도 취업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그때를 돌이켜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차례의 고배를 마시고 취업의 관문을 통과했을 때의 기쁨도 잠시 냉혹한 사회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젊은 커플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3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취업만이 정답인 건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내 자식들에게도 사교육의 전쟁에 뛰어들게 만들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학원과 숙제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만들고 있다. 이게 최선인가?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하나의 답만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듯한 불안과 죄책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 젊은 커플의 취업에 대한 생강이 나를 다시 불편하게 했다. 인생 선배로써 내가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는 게 맞을까? 그 물음에 나도 답을 찾지 못했노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정답은 없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그 100년이라는 시간의 대부분의 반절을 취업을 위해 목숨 걸고 그렇게 취업해서 회사의 일에 치여 반 이상을 보내는 건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내가 태어나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그 본질적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두 번째. 취업 잘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방대, 학점은 B 수준이었고, 어학이라고는 토익 700점 대가 전부였다. 어찌 보면 공대생으로는 중하의 점수로 그 당시 쌍끌이로 신입사원을 뽑던 회사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전략이 있었다. 나는 나에 대한 객관화를 잘한다. 성격은 활달하고 사교적이고 공부보다는 일머리와 잔꾀에 능하다. 이런 부분은 분명 조직생활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모임에서는 늘 조장을 도맡았고 사회도 종종 보았다. 그런 나의 장점을 어필할 목적도 있었고 그런 쪽으로 혹여 나의 업으로 삼을 일이 있을지 몰랐다. 우연히 게시판에서 보았던 웃음치료사/레크리에이션 지도 사 자격증 과정을 보았고 그렇게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그 기회는 내 삶에서 히든카드가 되었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웃음치료사/레크리에이션은 회사 취업에도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회사에서 종종 행사에서 사회를 보며 활용하고 있다.

세 번째. 다시 나도 취준생이 되었다.

인생의 목적이나 가치가 나 자신보다 가족이 우선이 되었다. 내가 버는 돈을 나에게 쓰는 것보다 가족과 친인척에게 쓰는 게 더 행복한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100세 시대에 40대는 다시 한번 또 다른 도전을 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잘 쌓아온 나의 커리어와 삶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지금의 모습으로 정의 내리며 인생의 끝까지 달려가고 싶지 않다. 나만의 캐릭터를 찾아서 가는 도전을 하려고 이렇게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도 만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엿보기도 한다. 다시 나는 취준생이 되어가고 있다.


그 젊은 커플에게 조언을 생각했지만 반대로 그들에게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기회를 얻었다.

더 멋진 어른이 되어 다음번에 조언을 해줄 기회가 온다면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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