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오래전 학교 도서실에서 우연히 이 시집을 읽게 된 후 곧바로 책을 구입했다. 이미 절판된 책이어서 중고책으로 사야 했던 기억이 난다. 전쟁이 만들어낸 시인. 시인이 만들어낸 전쟁.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세대가 전쟁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이 시집 안에 들어있다. 잔혹과, 절망과, 슬픔과, 전원과, 낭만과, 인간애. 아직 젊었던 나는 열광했다. 이 시인은 이야기꾼이다. 어쩌면 시인 단테의 후예인지도 모르겠다. 오직 지옥만을 여행하는 단테. 뒤돌아 보지 않고 지옥의 더 깊은 곳으로만 끝없이 나아가는 단테. 결국 지옥에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만 단테.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감정을 지극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풍경과 뒤섞어서 자신의 지옥을 창조해 낸다. 그의 시는 지옥의 사파리 여행 안내서라 할 만하다. 그만큼 다채롭고 흥미롭고 위험천만하다. 그는 지옥을 증오하고 고발하지만 또 그만큼이나 그 지옥을 사랑한다.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는 지옥을 사랑한다고. 그 삶의 밀도를, 죽음의 허무를, 목숨까지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우정을, 죽음 속으로 단번에 뛰어드는 인간의 나약함을, 생사를 넘어서는 고뇌의 깊이를, 불감증적인 아름다움을, 죽이고 죽고 또 죽여도 여전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붉은 피와 함께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시상을, 무엇보다 지옥의 시인인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그 열렬한 사랑 때문에 그의 시를 읽는 우리의 가슴도 어느새 뛰기 시작하는 것이다.